7일 쌍용자동차 주식의 종가는 '2,290원'. 2005년 1월 대주주인 중국 상하이차(SAIC)가 쌍용차 주식 51%를 주당 1만원에 인수할 당시와 비교하면 4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다. 주가란 전체 시장 흐름을 무시할 순 없지만 근본적으로 기업가치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쌍용차는 지난해 매출 3조1,193억원, 영업이익 441억원으로 2004년 이후 3년 만에 처음 흑자 전환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에 다시 2,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쌍용차는 당초 14만1,800대로 잡았던 올해 생산 목표를 13만대 선으로 한차례 하향 조정한데 이어, 최근 8만~10만대로 다시 낮췄다. 지난해와 같은 흑자 국면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된 것이다.
쌍용차의 기업 가치와 경영 실적이 이처럼 악화되는 것은 자동차 판매량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쌍용차의 판매 하락에는 본사와 딜러업체 간의 신뢰감 상실이 가장 큰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날로 치열한 자동차 판매 경쟁에서 소비자와 가장 밀접한 관계에 있는 조직원은 소위 '전위 부대'라 할 수 있는 딜러(영업대리점)와 판매사원들이다. 아무리 좋은 차가 나와도 이들과 회사의 손발이 맞지 않으면 고객들에게 정확한 정보가 전달될 수 없다.
지금 쌍용차에는 과거 전성기 시절 '무쏘', '코란도'를 연간 수백대씩 팔던 역전의 용사를 찾아보기 어렵다. 쌍용차는 2006년 말을 기점으로 대우자동차판매와 딜러십 계약을 파기한 후 2007년 자동차 판매 전문업체인 아주모터스와 계약을 맺었다.
한때 60~70개에 달하던 아주모터스의 대리점은 현재 10여 개로 줄어든 상태. 사실상 딜러 포기를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실제 아주모터스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서울과 수도권지역을 중심으로 49곳의 대리점을 운영했으나 지난해 말 25개소로 줄였고, 올해 들어 서울 보라매 여의도 등 수도권 중심지역 영업소들을 잇달아 폐쇄했다. 나머지 상당수 대리점도 계약 기간이 끝나는 대로 정리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많을 때는 360여개에 이르던 중소 위탁 대리점도 현재 150개에 불과하다. 타사의 한 영업사원은 "일반적으로 중소 딜러 소속 영업사원들이 암암리에 경쟁사 차량을 같이 파는 경우가 간혹 있지만 쌍용차 딜러의 경우 자체 판매량이 워낙 적어 타사 차량에 영업의 비중을 더 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쌍용차 영업점의 한 관계자는 "최근 경쟁업체들의 레저형 차량 증가와 유가 상승, 그리고 '쌍용차는 중국차'라는 인식 등이 맞물리면서 판매 여건이 매우 나빠졌다"고 말했다.
쌍용차 본사는 딜러망 위축에 대해 "위탁 업체들이 판매 현황에 따라 영업소를 줄이거나 늘린다"며 "판매가 부진하지만 3월부터 '체어맨 W' 출시로 실적이 호전되고 있어 영업소도 다시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행에 뒤쳐진 디자인과 낮은 품질→판매 부진→딜러사 폐쇄'라는 현장의 악순환과는 거리가 느껴지는 진단이다.
산업연구원 이항구 박사는 "쌍용차의 부진은 자체적으로 제품 개발과 시장 확대에 나서야 할 시기를 놓친 게 가장 큰 원인"이라며 "미국의 크라이슬러와 같은 위기상황에서 쌍용차가 벗어나기 위해서는 생산과 판매방식의 총체적인 수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기수 기자 bless@hk.co.kr 유인호기자 yih@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