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5일 소련제 T-72 탱크 33대 등 3,000만달러 어치의 무기를 실은 우크라이나 상선 파이나호를 약탈한 소말리아 해적이 국제 사회의 잇단 압력에도 불구하고 12일째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더불어 그들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도 증폭되고 있다.
현재 9,200톤급 구축함 하워드호를 비롯한 6대의 미 해군 군함이 파이나호를 둘러싸고 있으며 러시아가 파견한 순양함 프리깃도 현장으로 향하고 있다.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국방 장관들도 2일 소말리아 해적 소탕을 위한 군사작전에 동참하기로 했다. 3,500만달러에서 2,000만달러로 몸값을 낮춘 소말리아 해적들은 외신과의 위성전화 인터뷰를 통해 "마지막 한 명까지 싸울 것"이라고 결연한 의지를 불사르고 있다.
생계를 위해 해적으로 내몰렸다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들 해적의 대변인인 수굴레 알리는 "우리는 생계를 위해 해적으로 내몰렸다"고 주장했다. 알리에 따르면 이들은 원래 어부로 물고기를 잡아 가족을 부양했지만 외국 어선의 불법 조업으로 생계를 이어갈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그는 "외국 어선이 우리의 그물을 파괴했고, 접근하면 불을 질렀고, 심지어 유해 쓰레기를 버렸다. 생업을 이어갈 권리를 빼앗겼고 스스로 방어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예전처럼 살도록 보장해 준다면 해적을 그만두고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소말리아 해적은 이미 엄청난 자금력을 지닌 조직으로 성장해 이들이 다시 어부로 돌아가기는 요원해 보인다. 해적이 정부의 비호 하에 국가 최대의 수익 사업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AP통신은 소말리아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이들은 20년은 더 싸울 수 있는 총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소재 싱크탱크인 챗햄하우스에 따르면 2008년 들어 소말리아 해적의 납치는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올해 총 60건의 시도가 있었으며 몸값으로 2,000만달러에서 3,200만달러를 챙긴 것으로 파악된다. 덴마크 안보연구소도 지난 주 발표한 보고서에서 2007년 전체 인질의 수가 292명이었던 데 반해 지난 달 현재 인질 숫자가 무려 374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이 연구소의 한스 티노 한센은 "한 건 당 평균 100만 달러를 받고 5주 안에 풀어준다"고 전했다.
국제적인 뜨거운 감자, 파이나호
파이나호 접근 당시 소말리아 해적들은 이 배의 납치가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을 예상치 못했다. 알 카에다 소탕이 최고의 외교 과제인 미국으로서는 파이나호 보호가 아프리카의 이슬람 세력을 막기 위해 절실하다. 확인된 바는 없지만 전문가들은 소말리아 해적이 소말리아 반군이자 미국의 테러리스트 명단에 올라 있는 알 샤바브 세력과 연계되어 있다고 보고 있다.
챗햄하우스는 보고서에서 "해적이 벌어들인 돈 가운데 이미 수백만 달러가 이슬람 지역에 흘러 들어갔다"고 적었다. 파이나호의 탱크가 이슬람군의 손에 들어간다면 미국으로서는 큰 위기다. 인질 가운데 세 명의 자국민이 포함되어 있는 러시아로서도 개입이 불가피했다.
수단 내전과도 연관된 터라, 국제사회 역시 관심을 기울일 수 밖에 없다. 앤드류 음완구라 동아프리카 해상구조프로그램 회장은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에 "이 배의 최종 목적지는 케냐가 아니라 남 수단"이라고 밝혔다. 20년 간 계속된 북부 정부군과 남부 수단인민해방군(SPLA)의 내전은 2005년 평화협정으로 일단락된 듯 했다.
하지만 이 무기가 SPLA의 손에 들어간다면 내전이 다시 발발할 가능성이 크다. T-72는 운전병의 안전조차 보장할 수 없을 정도로 낡은 기종이지만 수단군의 주된 무기가 기관총에 불과하다는 점을 볼 때,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다.
최지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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