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시장이 카오스(대혼란)에 빠졌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확산되면서 실물경제로 옮겨 붙는 조짐이 뚜렷해지자 시장의 공포감이 더욱 커지고 이에 따른 상호불신은 다시 시장을 극도의 신경과민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특히 유럽에선 금융위기의 마지막 단계인 뱅크 런(예금 인출사태) 가능성이 심각하게 대두되는 상황이어서 금융위기의 국내 전염을 차단 혹은 최소화해야 할 정부의 위기관리능력은 정권의 명운이 걸린 결정적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미국 증시는 7,000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법안의 상ㆍ하원 통과에도 불구하고 6일(현지시간) 폭락해 다우지수가 4년 만에 1만선 아래로 떨어졌다. 장중 한때 사상 최대 폭인 806포인트나 떨어져 9600선마저 무너지기도 했다. 그 영향으로 어제 도쿄증시의 닛케이지수 역시 한때 1만선이 붕괴되는 등 아시아증시도 이틀째 새파랗게 질렸다.
우리 증시는 그제 낙폭 과다의 반사효과와 정부의 증시안정대책 기대 등으로 반등했으나 외환유동성 불안에 따른 달러 매수세로 환율은 10년 만에 최대 폭인 59원이나 올라 달러 당 1,328원을 기록했다.
뉴욕증시 폭락은 때를 놓친 구제금융의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데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이 장기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대된 탓이다. 여기에다 EU(유럽연합) 4개국 정상회의에서 3,000억 유로의 금융구제기금을 조성하는 안이 무산됨으로써 개장 전 유럽증시가 4~7%의 기록적 폭락세를 연출한 것도 기폭제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위기감을 느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서둘러 은행권에 공급하는 자금을 연말까지 9,000억 달러로 확대하고 FRB에 예치한 지급준비금에도 이자를 지급하겠다고 발표했으나 공황상태에 빠진 시장심리를 되돌리기는 역부족이었다.
문제는 전 세계 시장 참가자들이 긴밀하게 공조해 냉정하게 대처해도 시장의 진정 여부가 불투명한데도 계산과 속셈이 다른 각국이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을 택해 '과잉유동성 속의 신용경색' 상황을 자초하고 있는 점이다. 미국과 EU가 뒤늦게 금리 인하 등 공동대처 방안을 논의하고 돈가뭄 해소를 위한 적극적 구제금융책을 모색하고 있으나 무너진 신뢰를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 같은 엄중한 대외 환경을 감안할 때 국내 금융시장에 팽배한 동요와 불안은 불가피한 것이다. 강제로 막는다고 막아질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초점은 이 상황을 정부가 어떻게 관리하느냐는 것인데, 정부는 지금껏 이 점에서 시장과 보조를 맞추지 못했다.
외환보유액이 2,400억 달러나 되는데도 외환유동성 위기 논란을 초래한 것 자체가 정부에 대한 시장의 불신을 웅변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현재의 위기는 1997년 외환위기 때와는 다르다"며 정부가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환율은 급등했다. 시장환경은 180도 바뀌었는데 정부의 인식과 대책은 10년 전 과거에 있으니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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