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잠실구장에서는 LG의 올시즌 마지막 경기가 열렸다. 올해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꼴찌를 한 팀의 경기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많은 관중(2만1,281명)이 야구장을 찾았다.
1루측에 자리잡은 LG 팬들의 모습은 '일반적인' 꼴찌 팀 팬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페넌트레이스 126경기 중 단 한 경기, 그것도 마지막 경기였지만 LG가 이기자 마치 포스트시즌에라도 진출한 듯 즐거워했다.
3루측 롯데 팬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롯데 팬들은 시즌 최종전에서 팀이 무기력하게 패했지만 승패를 떠나 야구 자체를 즐겼다. 브라운관을 통해 이 같은 장면을 지켜본 필자는 정말 가슴이 뭉클하고 뿌듯했다.
필자가 선수생활을 했던 1980년대 초반만 해도 홈팀이 지면 방문팀 선수들은 '무사히' 운동장을 빠져나가기 어려울 때가 많았다.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나간 적이 부지기수였다. 심지어 속칭 '닭장차(시위 대비용 경찰 버스)' 신세를 지기도 했다.
하지만 프로야구가 어느덧 서른살 성인이 되면서 관전문화도 많이 달라졌다. 방문팀이 이겼다고 해서 '라면세례'를 받지 않는다. 물론 버스를 타는 데도 지장이 없다. 예전에는 남자 직장인이 주류였지만 이젠 가족, 서포터스, 여성, 어린이 등 남녀노소가 한데 어우러져 야구를 즐긴다.
선수들도 참 많이 달라졌다. 예전 같으면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되면 개인기록이나 관리하며 몸을 사렸을 텐데, 요즘은 아니다. 내야땅볼을 치고도 전력을 다해 1루까지 뛰고, 더블플레이를 피하기 위해 2루에서 과감한 슬라이딩을 한다.
구단들의 마인드도 많이 변한 것 같다. 성적만 내면 관중은 알아서 찾아온다는 사고에서 벗어나 관중을 불러모으려고 노력한다. 앉아서 관중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서서 쫓아다니는 게 요즘 구단들이다.
올해 프로야구는 13년 만에 감격적인 500만 시대에 복귀했다. 모두들 수고하고 노력한 덕분이다. 모처럼 맞은 풍성하고 행복한 가을이다.
전 KIAㆍ삼성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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