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남서벽 앞에 섰다.
길고 긴 아이스폴 루트 공략을 끝낸 '박영석 에베레스트 남서벽 원정대'가 지난 3일 에베레스트 해발 6,500m 지점에 두번째 공격캠프인 전진베이스캠프(ABCㆍAdvanced Base Camp)를 구축했다. 이제 본격적인 남서벽 등반이 시작되는 것이다.
푸모리(7,165m), 로라(6,026m), 눕체(7,861m) 등의 봉우리에 둘러싸인 베이스캠프(해발 5,460m)에서는 정작 에베레스트 정상이 보이지 않는다.
아이스폴이라는 거대한 얼음계곡을 넘어서야만 에베레스트 남서벽을 마주볼 수 있다. 원정대는 당초 공격캠프1(C1ㆍ해발 5,900m), 공격캠프2(C2ㆍABC) 구축 일정을 지난달 20~23일께로 계획했다.
그러나 캠프 구축이 무려 열흘 가량 늦어지면서 박영석 대장 등 대원들은 심한 가슴앓이를 해야 했다. 크레바스(얼음의 틈)가 도처에 숨어있는 거대한 얼음계곡인 아이스폴은 네팔 규정상 전문 셰르파 팀(SPCC)만이 관리하고 있는데 이 SPCC의 늑장 지원으로 아이스폴 루트 구축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원정대는 결국 부족한 장비와 인력의 SPCC를 도와 함께 아이스폴 공략에 나섰다. 원정대 5명 이상이 매일 SPCC를 도왔지만 기상 악화로 길은 쉽게 뚫리지 않았다. 계속되는 큰눈과 흐린 날씨에 따른 화이트아웃(백시 현상)으로 시야 확보가 안돼 걸음을 되돌리기를 반복해야 했다.
박 대장은 마냥 기다릴 수가 없자 루트가 뚫린 곳까지 C1과 C2에 보낼 짐을 수송, 얼음 사이에 임시 보관하도록 했다. 아이스폴이 완전히 열리면 곧장 캠프를 구축, 허비했던 시간을 조금이나마 보충하기 위해서였다.
일정 지연으로 인한 마음고생 때문인지 감기몸살에 힘들어했던 박 대장은 C1, C2가 뚫렸다는 소식에 씻은 듯 몸이 나았고, 손수 짐을 나르며 진두지휘하고 있다.
원정대는 이제 베이스캠프에 있던 공격물자를 ABC로 옮겨와 본격적인 남서벽 정상 등반에 나선다. 박 대장은 남서벽을 바라보며 C3, C4, C5 등 앞으로 남은 캠프 구축과 정상 공격 전략을 수립중이다. 히말라야에 처음 긋는 코리안 루트다. 얼마 남지 않았다.
이성원 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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