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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미 대선 관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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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미 대선 관전법

입력
2008.10.0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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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미국의 진로를 결정할 대통령선거가 4주 앞으로 다가왔다. 20% 대에 불과한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을 감안하여 일찍이 일부 전문가들은 집권당인 공화당의 참패를 예상했으나, 실제 대선 운동 과정에서는 '정책'에서의 열세를 '정서'로 만회하려 한 공화당의 공세가 주효하여 접전이 이어졌다.

하지만 9월 중순부터 본격화된 금융위기로 인해 이와 같은 선거전략은 더 이상 먹혀들지 않고 판세는 민주당 쪽으로 기울게 되었다. '정책'과 '정서'를 중심으로 이번 미 대선의 전개과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안 먹히는 공화당의 대중전략

정책적인 측면에서 본 부시 행정부의 실정은 참담할 정도이다. 9ㆍ11 테러를 자행한 오사마 빈 라덴도 잡지 못하고 알 카에다의 거점인 아프가니스탄도 평정하지 못한 채 이라크를 침공하여 6년째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처럼 전쟁을 수행하면서도 국민들의 희생을 요구하기는커녕 염치없게도 부자들에게 대부분의 혜택이 귀속되는 감세정책을 추진하여 심각한 재정적자를 야기했다. 동시에 과도한 저금리 정책으로 부동산 거품을 키우는 한편, 건전성 감독마저 불필요한 규제로 규정하여 철폐함으로써 금융위기를 초래했다. 부동산 거품의 붕괴는 이제 실물부문에도 영향을 미쳐 실업률이 6%를 넘고 있다.

이처럼 부시 행정부의 실정이 극명하게 드러났기 때문에 공화당의 매케인 후보는 정책보다는 대중적 정서에 호소하여 승부를 걸려고 했다. 현상유지 대신 변화가 필요하다고 해도 경륜이 부족한 민주당의 오바마 후보를 믿자니 불안하지 않느냐고 했다. 또 하버드대 출신의 오바마 후보를 일반대중에게서 유리된 엘리트주의자로 규정하면서 미국 유권자의 반엘리트정서에 호소했다.

경력은 일천하지만 서민적 이미지를 가진 사라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것은 반엘리트정서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승부수였다. 실제로는 부자들에게 대부분의 혜택이 돌아가는 정책을 지지해 왔으면서도 엘리트에 대한 서민들의 반감을 활용하여 이를 덮어버리려 한 것이다.

하지만, '페일린 바람'은 한 달을 가지 못했다. 미리 준비된 대중연설은 잘 하지만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정책에 대한 무지와 지적 한계를 드러낸 페일린 후보에게 '함량 미달'이라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보수적인 칼럼니스트들이 정파성을 넘어 정치인을 검증해야 하는 언론인의 본분을 망각하지 않고 페일린 후보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 결정타가 되었다.

9월 15일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 신청으로 본격화한 금융위기는 유권자의 관심을 다시 '정서'에서 '정책'으로 돌리는 계기가 되었다. 매케인 후보는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미국경제의 기초는 튼튼하다는 발언을 했다가 "세상물정 모른다"는 비난에 직면하자 황급히 이를 수정하긴 했지만 계속 수세에 몰리고 있다.

오바마 후보는 부시 행정부의 무분별한 규제완화 정책이 금융위기를 초래했다고 비판하면서도 더 이상의 분노는 표출하지 않고 있다. 백인 주류사회도 수용할 수 있는 변화를 추구하는 차원을 넘어 기존 질서를 뒤엎는 '성난 흑인'으로 비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투구 전술과 대응이 초점

미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총 538명의 선거인단 중 270명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데, 주별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여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예측하는 웹사이트(www.electoral-vote.com)에 따르면 최근 오바마 후보의 우세가 확대되어 이제는 선거인단 중 338명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책에서 절대 열세이고 대중정서에 기대는 전략도 효력을 다한 상황에서, 공화당이 앞으로 남은 기간에 구사할 이전투구 전술에 민주당이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최종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임원혁 KDI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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