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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펀드런? 설마…" 국내펀드 환매 마지노선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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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펀드런? 설마…" 국내펀드 환매 마지노선 붕괴

입력
2008.10.07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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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김모(36)씨는 보름 전 중국펀드 적립금액을 매달 50만원에서 10만원으로 확 줄였다. 수익률이 반토막나자 더는 부아를 참을 수 없었던 것. 최근엔 그나마 선방하던 거치식 국내 주식형펀드(-20%대)의 처리를 놓고 고민 중이다. 그는 "환율 폭등, 주가 폭락 때문에 하루하루 견디기 힘들고 상황이 더 안 좋아질 것 같아 불안하다"며 "당장 11월에 분양 아파트 중도금 마감이 돌아오는데 대출금리도 10%대로 뛰어올라 다른 빚을 얻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푸념했다.

실체는 없는데 시장이 암흑이 되면 꼭 출몰하는 유령이 있다. 대량 예금인출 사태인 '뱅크런'(bank-run)에 빗대, 펀드 대량환매 사태를 이르는 '펀드런'(fund-run)이다. 올해만 벌써 3월과 7월, 그리고 9월에 이어 10월에도 공포를 키우고 있다.

아직까지 '런(run)'이라 불릴 만큼의 집단적인 환매 사태는 없다. 그러나 구멍은 커지고 있다. 바닥이 뚫린 증시에 이성을 잃은 투자자들의 귓가에 펀드런 우려 소문이 지속적으로 노출되자 '펀드누수(leak)'의 강도는 거세지고 있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9월 전체 주식형펀드에서 빠져나간 금액은 4,252억원, 주식형펀드에서 자금이 순유출된 건 2007년4월 이후 처음이다. 투신권은 지난 달에만 코스피시장에서 2조4,855억원어치를 팔아치웠는데, 대량 환매 대비책이라는 설이 지배적이다.

마지노선도 붕괴됐다. 일부 전문가들이 내놓았던 거치식 1,480선은 깨진 지 꽤 됐고, 적립식(1,379)의 펀드런 우려 구간도 6일 속절없이 무너졌다. 더구나 사상 최대 수준인 가계부채, 급등하고 있는 주택자금 대출 금리 등은 펀드로의 신규자금 유입을 막고 있고, 오히려 펀드 환매의 유혹을 키우고 있다.

펀드런은 없었지만 펀드 누수는 여러 차례 경험한 바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1990년대 초(코스피 -20.2%) 7개월 만에 6조원 가까이, 9ㆍ11테러 직후(코스피 -40.1%) 1년 만에 4조원 가까이가 순유출됐다고 밝혔다. 현재 코스피는 32.8%나 떨어지며 11개월째 조정 중인데, 단기간의 급격한 자금 유출보다는 시간을 두고 서서히 빠져나갈 것이란 전망도 덧붙였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펀드런은 아니더라도 최근의 펀드 누수가 종국엔 둑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장과 금융당국은 불안심리가 상황을 극으로 몰고 갈 것을 걱정해 투심(投心) 잡기에 여념이 없다.

"극단적인 펀드런은 없을 것"이란 전망은 아직도 우세하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에서 발생했던 유일한 펀드런은 주식형이 아니라 99년 대우그룹의 사실상 부도선언 직후 터져 나온 채권형의 펀드런이었다"며 "손실이 커지면 비자발적 장기투자로 빠져드는 국내 투자자의 속성상 자금 유입 정체, 혹은 완만한 누수 정도가 현실적으로 보게 될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의 입장도 이와 비슷하다.

이경수 신영증권 연구원도 "과거 사례를 살펴봐도 증시가 안 좋다고 반드시 펀드런이 일어났던 건 아니다"라며 "펀드로의 자금유입은 쉽지 않겠지만 최근 금리 인하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어 펀드런 가능성은 더 낮아졌다"고 말했다.

장기 및 적립식 투자문화의 정착이 펀드런의 방패막이 되 줄 것이란 믿음도 여전하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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