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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시장 패닉/ '달러 구하기' 아우성… 정부 환율 대책 '빈산 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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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시장 패닉/ '달러 구하기' 아우성… 정부 환율 대책 '빈산 메아리'

입력
2008.10.07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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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구제금융 법안이 통과됐다. 정부는 50억달러의 외화를 직접 공급하겠다는 조치를 내놨다. 그러나 6일 국내 금융시장은 외환위기를 떠올리게 하는 대혼란을 겪었다. 환율이 1,300원 근처까지 폭등하고 증시는 급락했다. "환율과 코스피지수가 1,300원대에서 만나는 것 아니냐"던 증권 시장의 농담이 더 이상 흰소리가 아니게 돼 버렸다.

은행 외화자금 차입 여건 최악

이날 금융시장의 혼란은 글로벌 유동성 위기에 따른 '달러 난'이 원인이었다. 구제금융 법안이 통과된 3일(현지시각) 뉴욕 증시는 오히려 급락했다. 구제금융안이 금융위기를 해결해주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높아진 가운데 경기후퇴에 대한 우려는 더욱 깊어진 탓이다. 이 때문에 이날 3개월 달러 리보(은행간 금리)는 4.33%대로 전날보다 12bp 상승했다. 게다가 신용경색이 유럽으로 확산되고 유럽중앙은행이 금리 인하를 시사하면서 유로화에 대한 달러 가치는 더 상승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달러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진 것이다. 결국 국내 은행들의 외화 차입 여건이 나빠지면서 '9월만 지나면 괜찮아질 것' '구제금융 법안이 통과되면 안정될 것'이라던 기대는 무너졌다. 대신 달러 난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불안이 현실이 돼 버렸다. 게다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내 은행에 "해외 자산을 팔아 달러를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 역시 불안심리를 자극했다. "얼마나 달러 난이 심각하길래 저런 말까지 할까" 하는 시장의 반응이었다.

시중 달러 공급주체 실종

글로벌 금융시장뿐 아니라 국내 외환시장에서도 달러가 자취를 감춘 데는 또 다른 원인이 있다. 수출업체와 수입업체 간 달러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다. 수입업체들은 달러가 더 오르기 전 빨리 대금을 결제하기 위해 달러를 계속 사들이고 있다. 반면 수출업체들은 달러 난에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벌어들인 달러를 시중에 공급하지 않고 있다. 종합상사들은 최근 달러 품귀 현상이 나타나자 확보한 달러를 즉각 환전하기보다는 일정 기간 보유하기 시작했다. 포스코는 제품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바꾸지 않고 철광석 유연탄 등의 원료 수입 대금으로 그대로 지불하고 있다.

최근 미국 샌디스크 인수 자금 확보를 위해 '달러 사재기'를 했다는 루머에 시달린 삼성전자는 사재기를 하는 건 아니지만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시중에 풀지 않고 모아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선물의 정미영 연구원은 "환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경우 수입업체들은 빨리 대금을 결제하기 위해 달러 수요를 유발하지만 수출업체들은 이미 상당분을 환 헤지를 통해 시장에 달러를 공급한 상태이기 때문에 시장에 추가로 공급할 달러 물량이 적어 원화가 실제 가치보다 더 떨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얼마나 버틸 수 있나

현재 은행들은 외화 자금을 하루짜리 초단기 시장에서 조달하고 있다. 외국 금융회사들이 자사 유동성을 확충하기 위해 해외에 투자했던 채권의 롤오버(재투자)를 줄이면서 종전에 은행들이 발행했던 채권도 상당 부분 회수되고 있다. 이 때문에 수입 대금 결제 등을 위해 달러를 사 달라는 기업들의 요청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다만 현재 시중은행의 외화 자금 사정이 한두 달도 못 버티는 정도로 시급한 것은 아니다. 한 시중은행 외화자금 담당자는 "대부분 대형 시중은행들이 상반기까지 다양한 해외 자금 조달을 통해 연말이나 길게 보면 내년 초까지는 버틸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해 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는 현재의 자금 경색이 내년 초 이후까지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이 담당자는 "이미 은행들이 단계별 위기 대응 시나리오에 맞춰 해외 자산 매각 등 자구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의 불안심리 역시 환율 폭등의 한 원인이라는 우려에서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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