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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기자의 Cine Mania] 거품 빼는 충무로 봄맞을까

입력
2008.10.07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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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2회 충무로영화제 심사위원장으로 한국을 찾은 미국의 마이클 치미노 감독은 뼈아픈 과거를 상처로 지니고 있다. 34세 때인 1978년 '디어 헌터'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거머쥐며 신예 거장으로 자리잡아가던 그는 1980년 '천국의 문'으로 나락에 떨어졌다.

당시 천문학적 금액인 4,400만 달러를 들여 만든 '천국의 문'은 그 해 미국 흥행 순위 95위에 그치는 참담한 실패를 맛봐야 했던 것이다.

시련은 감독 개인에 그치지 않았다. 찰리 채플린과 메리 픽포드 등이 1919년 설립한 전통의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 유나이티드 아티스트(UA)가 '천국의 문'의 흥행 실패 여파로 파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천국의 문'과 UA의 비극은 지금 꽁꽁 얼어붙은 충무로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천국의 문'의 실패 원인은 시장을 고려하지 않고 쏟아부은 막대한 제작비에 있었다. 감독의 예술적 자의식이 반영된 이 영화의 러닝타임은 무려 3시간 39분이었다.

'저주받은 걸작'이라는 평이 뒤따랐지만 재미를 원하는 관객들의 눈길까진 잡지 못했다. 상업영화이든 예술성 짙은 영화이든 넘치는 돈을 주체하지 못해 규모 키우기에 급급했던 한국영화의 최근 몇 년과 여러 모로 닮았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다행히도 충무로에서 몸집 줄이기와 거품 빼기가 한창이다. 홍상수 감독의 경우 1억원 가량으로 신작 '잘 알지도 못하면서'를 촬영하고 있다. 고현정과 김태우, 엄지원, 하정우 등 호화 캐스팅이지만 배우들이 출연료를 받기는커녕 밥값도 자기 돈으로 해결하고 있기에 가능한 제작비다. 다소 극단적인 예지만 '잘 알지도 못하면서'처럼 제작자와 감독, 배우가 고통과 손실을 분담하는 제작유형이 하나 둘 늘고 있다.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김기덕 감독이 제작한 '영화는 영화다'는 130만명이 관람하며 제작비 6억5,000만원의 6배가 넘는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근심은 여전히 가시지 않는다. 한 투자배급사 대표는 "한국영화가 바닥을 치려면 앞으로 2~3년 고통의 시간을 더 지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충무로의 재기 여부는 속단키 어렵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해 보인다. 거품 속에서 흥청망청했던 기억과 그 숙취를 속히 떨쳐내야만 생존의 길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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