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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측정표준과 노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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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측정표준과 노벨상

입력
2008.10.0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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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하 KRISS) 원장으로 취임하며 필자가 가장 처음 한 일은 2020년까지 우리 연구원에서 노벨상 수상자 배출을 비전으로 내세운 것이다. 처음에 연구원들은 그 비전을 잘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러나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내외적으로 이 목표를 천명하였다. 그 결과 이제는 직원들과 간부들 간에 우리 연구원에서 노벨상에 도전해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표준은 정적이고 기계적인 것으로 생각해 측정표준 연구에서 노벨상이 나올 수 있다고 하면 이해를 잘 하지 못한다. 그러나 더 정확한 측정을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측정방법을 찾아내야 하는 측정표준 연구는 전 분야의 기초과학 연구를 필요로 한다. 이 연구는 과학과 산업발전의 선단에서 연구를 수행해야 하는 매우 동적인 학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측정관련 연구로 노벨상을 수상했으며, 최근 10년 동안에도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는 세 차례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측정표준 연구는 세계 최고의 정확도를 추구하는 기록싸움이라는 점에서 수영이나 육상경기와 비슷한 면이 많다. 수영ㆍ육상 선수가 동네 운동회에서 우승하기만을 바란다면 개인의 기량만으로 충분할 것이다. 그러나 박태환처럼 세계 기록에 도전하고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맹렬한 훈련 그 이상으로 첨단 과학의 도움도 컸다. 박태환이 베이징 올림픽에서 입은 수영복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호주 스포츠연구소가 3년 여의 연구 끝에 만든 것이다.

초경량 소재로 만든 이 수영복은 물이 잘 스며들지 않고 초음파를 사용해 봉합선을 거의 없앴고 몸에 착 달라붙어 마찰력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이 수영복이 2월 첫 선을 보인 이후 베이징 올림픽 전까지 세계신기록 48개가 나왔다. 박태환의 훈련과정도 구체적 측정데이터를 보며 과학적으로 진행했다. 반신수영복을 입기로 결정한 것도 속도 측정기의 결과를 참고했다.

더 정확한 측정을 하기 위한 과학자들의 노력은 세계기록을 향한 선수의 노력과 같다. 초를 예로 들어보자. 1초는 하루의 8만6,400 분의 1로 정의되어 내려왔다. 정확한 시계 개발을 위한 노력은 끊임없이 계속됐으며 원자분광학과 광펌핑기술을 이용한 광펌핑 원자시계의 발전에 힘입어 마침내 1967년 1초는'세슘133 원자의 바닥상태의 두 초미세준위 사이의 전이 시 방출되는 마이크로파 주기의 9 192 631 770 배'로 정의가 바뀌었다.

신호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레이저를 쏘아 원자를 정지시키는 레이저 쿨링 기술이 개발되었고, 같은 상태의 원자 개수를 늘려 더 강하고 균일한 전자파 신호를 얻기 위해 보제 아인슈타인 응축기술이 개발되었다. 시간주파수 측정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은 1944년부터 지금까지 여섯 차례나 14명의 과학자에게 노벨상의 영광을 안겨주었다.

노벨상 도전이라는 기치를 내세운 것은 상을 탄다는 의미만이 아니다. 더 이상 남이 하던 것을 따라 하지 않고 세계에서 처음 하는 독창적 연구로 세계적 연구소가 되겠다는 의미가 더 크다. KRISS는 DNA 자체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창의적 연구 과제를 신설해 젊은 신진 연구원들에게 평가나 연구비 걱정 없이 연구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조건이라면 다른 곳에서 절대로 하지 않는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짧은 시간에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로 성장하는 기적을 이루었다. 앞으로 4만달러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과학기술계의 DNA를 바꿔 남이 하던 것을 따라 하는 연구가 아니라 한국적이고 독창적인 기술 시대를 열어야 할 것이다.

정광화 한국표준과학 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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