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환, 최진실씨의 연이은 죽음과 맞물려 케이블TV의 각종 연예정보 프로그램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이 시청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 준다는 이유로 취재 대상의 사생활을 침범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안재환씨 사망 당시 음악연예 전문채널 m.net의 '와이드 연예뉴스'는 '하지마'라는 코너를 통해 안씨에게 돈을 빌려준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이들이 채권단을 구성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안씨가 빌린 돈의 액수가 공개됐고 채권단이 법적으로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정선희씨에게 "사실혼인 만큼 정씨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말하는 등 정선희씨를 압박하는 내용이 그대로 방영됐다.
안재환씨의 자살 동기가 감당할 수 없는 사채 때문이었다는 것이 밝혀진 상황에서, 정선희씨에게 민감할 수밖에 없는 사적인 문제들이 그대로 안방에 전달된 것이다.
연예정보 채널 YTN스타의 'STAR NEWS'는 '정선희의 숨막혔던 72시간'이라는 제목으로 안재환씨 시신 발견 이후 빈소에서 오열하고, 실신해 쓰러진 정선희씨의 모습을 그대로 방송했다. 아무리 연예인이라지만 가장 보호돼야 할 유족이 구경거리로 전락한 셈이다.
케이블TV의 숱한 연예정보 프로그램들은 최진실씨 장례식장에서도 연예인들의 조문 장면을 무한 반복해 방송에 내보냈고, 심지어 부검의에게 최씨의 사망 당시 몸무게를 묻는 상식 밖의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두 사람의 죽음에 대한 선정적 방송은 각종 매체의 과열된 취재경쟁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일찍부터 케이블TV의 일부 연예정보 프로그램은 종종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않게 제기됐다.
최근 오락 전문채널 tvN의 'E 뉴스'는 KBS '미녀들의 수다'의 전 출연자 한 사람이 술집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알 권리'라기 보다 알려지면 당사자에게 피해가 갈 사생활까지 파헤친 것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케이블TV의 연예정보 프로그램은 경쟁 상대도 많고, 매일 방송되기 때문에 기사 아이템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쉽게 시청률을 올릴 수 있는 것은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집요하게 캐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열 경쟁이 결국 건드리면 안 될 사적 영역까지 침범하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선정성에 뿌리를 둔 연예정보 프로그램의 과열 경쟁이 언제까지 먹힐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TV 칼럼니스트 정석희씨는 "결국 제살 깎아 먹기"라며 "이런 식의 보도가 많아질수록 해당 프로그램의 신뢰성은 점점 떨어지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강명석 객원기자 lennone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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