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업계의 '물' 전쟁이 뜨겁다. 국내 최대 소주업체인 진로가 15년 만에 병 모양까지 바꾼 해양심층수 함유 소주 'J'를 출시한 가운데 두산 등 경쟁사들이 알칼리 환원수를 앞세워 시장점유율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들 업체는 해양심층수와 알칼리 환원수가 들어간 소주에 대해 "최근의 웰빙 분위기에 맞는 '몸에 좋은' 술"이라는 점을 적극 부각하며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업체 주장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술에 들어가는 물의 성분과 함유량을 고려할 때 '과장 광고'라는 말까지 나온다.
물 전쟁의 포문을 연 것은 두산의 '처음처럼'. 대관령 기슭에서 뽑아낸 지하수를 전기분해한 알칼리 환원수로 만들었다는 게 두산 측 설명이다. 전기분해 처리로 원래의 미네랄 성분을 그대로 보유하면서도 알칼리로 환원됨에 따라 각종 질병의 원인인 활성산소를 약화시켜 비만 암 당뇨병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두산은 이 같은 웰빙 마케팅 전략에다 '흔들어 마시라'는 이효리 광고 효과에 힘입어 2005년 7%에 그쳤던 시장점유율(서울 기준)을 올해 7월에는 24%까지 끌어올렸다.
사정이 이쯤되자 진로는 올 들어 해양심층수 소주를 잇따라 출시하며 맞불 작전에 나섰다. 올해 5월 소주 비수기인 여름철을 겨냥해 '참이슬 프레시 섬머'를 출시한 데 이어 지난 달 야심작인 J를 내놓았다. J는 병의 직경을 줄이는 대신 몸통 길이를 종전보다 길게 해 '다이어트한' 느낌을 연출했고, 동해 해저 1,032m의 해양심층수를 함유해 시원하고 깔끔한 맛을 냈다고 한다. 청정지역에서 끌어올린 해양심층수는 유기물이 적고 미네랄이 풍부해 실제 몸에 좋다는 연구 결과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지방 소주업체들도 해양심층수로 승부를 걸고 있다. 금복주는 올해 4월 울릉도 청정해역의 해양심층수가 들어간 '참 아일랜드'를 선보였고, 대선주조도 지난해 8월부터 해저 650m의 해양심층수를 넣은 '시원 프리미엄'을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소주업체의 '웰빙' 주장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해양심층수 소주의 경우 함유량에 대해 논란이 있다. 대선주조의 '시원 프리미엄'은 미네랄 함유량이 겨우 0.001875g인데도, '해양심층수 미네랄 첨가'로 표기돼 있다. 알칼리 환원수 소주의 건강 효과 역시 제대로 검증되지 않고 있다. 의료계에선 "아무리 좋은 물을 써도 '술=웰빙'이라는 등호는 성립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해양심층수와 알칼리 환원수의 실제 효능이 어느 정도인지 측정하기는 매우 어렵다"면서도 "새로운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끄는 것이 중요한 만큼, 앞으로 '물' 마케팅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