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러 만의 전망이요? 요샌 그런 거 없습니다. 그날 환율 방향도 못 맞추는데요. 그냥 장 시작하면 분위기 따라가기 바쁩니다."(A은행 외환딜러)
요즘 시중은행 외환딜러들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연일 비정상적인, 속된 말로 '미친' 장세가 거듭되면서 "몇 원 대가 뚫렸으니 다음은 어느 선까지"라는 평상시의 전망이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다. 실제 딜러들은 요즘 "모르겠다"는 답을 종종 한다.
6일에도 원ㆍ달러환율이 개장 직후부터 급등하자 딜러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B은행 딜러는 "미국 구제법안 통과에도 불구하고 실물경제로의 전이 우려나 각종 경제지표 부진으로 환율이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로 폭등할 줄은 몰랐다"며 허탈해 했다.
C은행 딜러는 "장 시작 전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은행들 해외자산 팔아서 유동성 부족에 대비하라'는 발언도 시장에는 '정부도 더 이상 풀 달러가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져 환율 상승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며 "당국이 개입에 나서 환율을 30원 끌어내려도 순식간에 원상태로 가는데 무슨 말을 하겠냐"고 반문했다.
기본적인 거래조차 힘든 상황이라는 푸념도 나왔다. A은행 딜러는 "워낙 달러 공급이 없다보니 고객 요청으로 500만달러를 사려고 주문을 내면 이 주문 자체로도 대번에 5원은 우습게 오르는 실정"이라며 "원하는 가격에 사고팔기조차 힘드니 딜러들 대부분이 미리 사두자는 마음을 먹고 이 분위기가 또 환율을 올리는 악순환"이라고 전했다.
그래서'10년전 외환위기를 방불케 한다'는 말까지 공공연하다. D은행 딜러는 "하루에 100~200원을 오르내리던 그때 만큼은 아니지만 연일 쌓이는 당혹과 긴장은 만만치 않다"며 "벌써 두달째 비슷한 상황의 연속인데 문제는 이 사태가 언제쯤 끝날지 가늠키 어렵다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환란 때는 아시아가 문제였지만 지금은 선진국이 더 문제라는 것이 공포감을 한층 키운다"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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