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주박] 분신 협박 '연적'에 라이터 준 남자 무죄 확정

몸에 휘발유를 끼얹은 채 분신 자살하겠다고 협박하는 연적(戀敵)에게 "죽을테면 죽어보라"며 라이터를 던져준 30대가 자살방조 혐의를 벗고 무죄를 선고 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자살방조 혐의로 기소된 장모(30)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장씨는 지난해 9월 여자친구의 옛 남자친구 박모(26)씨가 몸에 휘발유를 끼얹은 채 차를 가로막고 "여자친구가 내리지 않으면 보는 앞에서 몸에 불을 붙여 죽어버리겠다"고 협박하자, "그럼 그냥 죽어라. 죽을 테면 죽어봐"라며 라이터를 던져줬다.

박씨는 30초 가량 머뭇거리다 실제 불을 붙여 화상을 입은 뒤 다발성 장기부전 등으로 그 해 12월 사망했으며, 장씨는 자살방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자살방조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며 징역 1년을 선고하고 장씨를 법정 구속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장씨가 라이터를 던진 것은 자살을 쉽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박씨가 실제 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자살방조죄가 성립하려면 자살을 돕는다는 인식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장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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