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주년을 맞은 최태원(사진) SK 회장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최 회장은 특히 9월 한달 동안 이명박 대통령을 네 번이나 만났다. 이 대통령의 '저탄소 녹색성장' 비전과 최 회장이 SK그룹의 신(新)성장동력으로 삼은 신재생 에너지 부문이 서로 맞아 떨어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998년 9월 고 최종현 회장의 뒤를 이어 SK를 맡은 최 회장은 9월1일 취임 10주년 기념식을 가진 뒤 3일 이 대통령과 독대의 기회를 가졌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울산 SK에너지 제3고도화시설 준공식에 참석했다. 이 대통령이 취임 이후 대기업의 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었다. 고도화시설이란 원유를 정제했을 때 나오는 찌꺼기인 벙커C유를 재처리해 휘발유와 경유를 뽑아내는 설비. 이 대통령의 '저탄소 녹색성장' 선언과 부합하는 공장의 성격이 대통령 행차를 끌어낸 것이다.
그 다음주인 11일에는 이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그린에너지산업 발전전략' 보고회에 참석하기 위해 최 회장이 청와대로 갔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2010년까지 그린카, 해양 바이오 연료, 태양전지, 이산화탄소 자원화, 무공해 석탄에너지 등 5대 저탄소 녹색기술 분야에 1조원의 연구ㆍ개발(R&D)비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분야는 정부의 22개 '신성장동력'과도 일치한다.
최 회장은 일주일 뒤인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민관합동회의'에서도 이 대통령과 얼굴을 맞댔다. 주로 재계의 애로사항을 호소한 이날 회의엔 이 대통령 외에도 경제부처 장관 및 청와대 수석들과 경제5단체장이 참석했다.
이어 최 회장은 지난달 28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러시아를 방문한 이 대통령 일행에 다른 경제계 인사 30여명과 함께 동행했다. SK는 러시아가 에너지ㆍ자원 부국인 만큼 앞으로 에너지ㆍ자원 개발 분야에서 사업 기회가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이 대통령과 최 회장의 만남이 잦아지자, 재계에선 "SK가 이명박 정부의 최대 수혜 그룹"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선 정부의 정책 방향과 부합하는 사업 전략을 짤 때 성장 가능성이 높기 마련"이라며 "어쨌든 대통령과 재계의 만남이 잦은 것은 경제위기 극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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