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타이저 하나와 잘 구워진 스테이크, 디저트로 아이스크림 하나 나오면 훌륭한 풀코스의 프랑스 정찬이라고 생각했던 그 '순박한 생각'과 '소박한 입맛'이 여지없이 깨졌다.
1일 문을 연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에서의 경험 때문이다. 왜 세계의 미식가들을 흥분시켰는지, 왜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이라 부르는지 알 것 같았다.
롯데호텔 서울의 신관 35층에 들어선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은 국내에 처음 들어온 미슐랭 3스타급 프랑스 식당으로 국내 레스토랑의 격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사건이다.
'요리계의 피카소', '식탁 위의 시인'이라 불리는 피에르 가니에르(58)는 올해 프랑스 일간지 '피가로'가 미슐랭 스타 셰프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최고의 셰프로 선정됐고, 그의 이름을 건 프랑스 파리 발자크 호텔 안에 있는 본점은 영국의 요리 전문지 '레스토랑'에서 2006년부터 3년 연속 3위를 차지했다.
피에르 가니에르의 실내는 베르사이유 궁전을 모티브로 했다. 가니에르가 직접 선택한 독특한 디자인의 인테리어 소품들이 눈에 띄었다. 천정의 샹들리에 하나만 해도 베네치아 유리공예 장인의 작품으로 개당 최고 5,000만원이 넘는단다.
레스토랑은 최대 80명까지 손님을 받을 수 있다. 이 80명을 위한 주방의 조리사는 24명, 홀에서 각종 서비스를 하는 스태프도 23명에 달한다. 보통의 호텔 레스토랑보다 30% 인원이 더 많다.
에피타이저에 앞서 나오는 푀유테와 식전 샴페인을 시작으로 15가지 요리의 코스가 시작됐다. 요리마다 난생 처음 보는 방식으로 조리돼 나왔다. 렌틸콩과 함께 나온 푸아그라는 곱게 갈려 바닥에 숨겨져 있었고, 쌀밥엔 샴페인을 가미한 비스크가 뿌려져 마치 국에 말은 밥처럼 나왔다.
요리마다 각기 다른 디자인의 접시와 포크, 나이프 등이 새로 차려졌다. 테이블에 3명의 스태프가 함께 서서 동시에 요리를 내놓는 것은 모두 최적의 음식 맛을 느끼라는 배려다.
테이블을 함께 한 롯데호텔 이정열 총지배인은 한국미식가협회 회원이기도 한 미식가. "몇 년 전 일부러 찾아간 파리의 피에르 가니에르에서 처음 그 음식을 맛보았을 때 너무 감격해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식탁의 피카소답게 매번 감동적인 새로운 맛과 디자인을 선보인다"고 말했다.
메인인 송아지 등심 요리가 나올 때다. 이곳에선 최적의 맛을 맞춰 주기 때문에 미리 미디엄, 레어 등 고기를 얼마나 구울지에 대한 취향을 묻지 않는다고 한다. 겨자도 곁들이지 않았다. 맛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다.
프랑스 요리에 와인이 빠질 수 없는 일. 가니에르가 엄선한 270여종의 와인이 준비됐다. 다른 식자재와 함께 와인도 모두 비행기로 공수해온 것으로 신선도가 높다. 이중 130종은 한국에 한 번도 소개되지 않은 와인이다.
15가지 코스를 즐기다 보면 4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맛에 흠뻑 취하는 시간이다. 최상의 식사이다 보니 가격이 만만치 않다. 단품 메뉴의 경우 10만~15만원이고, 코스는 런치가 12만원과 20만원, 디너는 22만원과 30만원이다.
식사에 제공되는 물도 노르웨이 등에서 수입, 따로 값을 치러야 한다. 어떤 와인, 어떤 물을 곁들이느냐에 따라 100만원도 훌쩍 넘어갈 수 있다. 한국에서 가장 비싼 레스토랑이다.
이성원 기자 sungwon@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