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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슈퍼클래스' 이들이 기침하면 세계가 독감에 걸린다

입력
2008.10.06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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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로스코프 지음ㆍ이현주 옮김/더난출판 발행ㆍ544쪽ㆍ2만8,000원

기침 한번으로 이웃들에게 독감을 전파하는 사람들, 정책 결정 한번으로 당장 '글로벌한 혼란'을 유발하는 사람들, 세계화라는 시대적 지상명령 앞에 자유로운 자 없다고 호언하는 사람들. 숫자로 따지자면 60억 인류의 0.000001%인 6,000여명. 그들만을 위한 군집 명사 '슈퍼 클래스'. 정부, 대기업, 미디어, 금융, 종교는 물론 막후에서는 범죄 및 테러 조직까지 움직인다. 초국가적 존재이면서 세계의 보이지 않는 손인 그들이 결정하면 당연히, 모두가 따라온다.

<슈퍼클래스> 의 저자 데이비드 로스코프는 현재의 글로벌 기관들은 낡았다, 유엔이나 IMF 등은 2차 세계대전의 종식과 함께 탄생한 냉전의 산물로 변화에 적응하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를 내린다. 지금은 '민간 부문'의 힘이 막강해진 시대라는 것이다. 금융 엘리트, 거물급 투자자, 억만장자, 자선사업가, NGO 활동에서 힘을 발휘하는 소수의 슈퍼스타들에게 권력이 이양된 시대라는 지적이다. 저자의 시각은 냉정하다. 그는 9ㆍ11 테러에 이은 미국의 대 테러전을 한 마디로 전시 체제로 이익을 보는 군산복합체 시스템에 의해 촉발된 전쟁이라고 규정한다(315쪽).

로스코프는 슈퍼 클래스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권력의 규칙을 철저히 따른다고 이야기한다. 권력의 리스트는 하루아침에라도 바뀔 수 있다는 대전제 아래 클린턴, 부시 미국 대통령과 브라질의 룰라,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등 남미의 반미ㆍ반글로벌적 대통령들을 나란히 슈퍼 클래스에 둔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구속된 러시아의 독점 재벌 미하일 호도로프스키(책 집필 당시는 자유 신분이었음), 구글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 등 경제계의 거물도 빠질 수 없다.

평균 나이 58세, 미국과 유럽의 갑부가 61%, 남자가 94%, 3분의 1이 하버드나 예일 등 20대 명문대 출신. 슈퍼 클래스로부터 추출해낼 수 있는 통계적 수치다.

반기문 UN 사무총장, 조용기 목사 등 한국인 2명도 포함시킨 이 책의 저자는 슈퍼 클래스 중에서 약 60여명을 실명으로 거론하고 있다. 몬세로 알 카사르(시리아 무기 매매상), 테오도어 오비앙(적도기니공화국의 독재자) 등 악한들과 함께 오프라 윈프리(방송인), 안젤리나 졸리(배우), 보노(U2의 보컬) 등 엔터테이너들도 포함됐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상무부 부차관을 지낸 저자는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연구원으로 미국의 대외ㆍ경제정책에 관한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스코프 그룹의 CEO이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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