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 탤런트 최진실씨의 자살을 계기로 익명성에 기댄 '악플'(악성 댓글)이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씨가 자살 전 "세상 사람들에게 섭섭하다. 사채니 뭐니 나하고는 상관없는데 나를 왜 이리 괴롭히는지 모르겠다"고 말한 것은 그가 얼마나 악플 때문에 정신적 고통을 받았는지 미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씨 관련 대표적인 악플은 '최씨가 사채업을 하면서 숨진 안재환에게 25억원을 빌려주고 돈을 받아내기 위해 평소 알부자로 소문난 정선희를 소개했다'는 루머. 안씨가 숨진 뒤 주요 포털의 관련 기사마다 이 루머가 꼬리를 물었다.
최씨와 관련된 악플은 심지어 그가 숨진 뒤에도 나타났다. 2일 네이버가 개설한 최씨 추모란에는 '루머가 사실로 확인될 것이 두려워 자살한 것'이라는 내용의 또 다른 악성 루머가 돌아 네이버측이 추모란을 부랴부랴 없앴다. 악플이 끊이지 않자 네이버와 다음 등 주요 포털들은 이날 최씨 관련 기사의 댓글 기능을 차단했다.
악플의 심각성이 지적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3년 모델 겸 탤런트 변정수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악성 루머가 악플을 통해 확산되자 변씨가 루머를 생산한 악플러를 경찰에 신고했다.
탤런트 고소영씨도 강남에 빌딩을 구입한 것과 관련해 "모 기업 회장의 아이를 낳아 받은 돈"이라는 악플에 시달리다 경찰에 고소했다.
이민영 이찬, 옥소리 박철 부부도 파경과 관련한 악플로 곤욕을 치렀고, 작년 1, 2월 잇따라 자살한 가수 유니와 탤런트 정다빈씨 역시 네티즌들의 비방으로 정신적 고통을 겪다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악플의 피해자는 연예인만이 아니다. 2005년 임수경씨는 아들이 필리핀에서 사고로 숨진 뒤 일부 네티즌들의 악플 공세에 시달리다 검찰에 고소했고, 검찰은 악플러들을 기소해 사회적 파문이 일었다.
또 작년 6월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여고생은 이후 인기그룹 멤버와 찍은 사진 때문에 그룹 열성팬들로부터 무차별적인 모욕과 비방을 받자 자살을 택했다.
최씨 사건으로 악플의 심각성이 다시 부각되면서 그 동안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이유로 논란이 일었던 인터넷 실명제 추진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포털사이트별로 '제한적 본인확인제'를 통해 댓글을 달 때 로그인을 하도록 만들었지만, 악플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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