엡손이 삼성전자와 함께 국내 가정용(홈시어터) 프로젝터 시장 확대에 나선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엡손은 자체 개발한 프로젝터용 핵심 부품인 초소형 박막액정화면(TFT-LCD)을 삼성전자에 공급하고, 삼성전자는 이를 이용한 가정용 프로젝터를 개발해 연내 국내에 출시한다. 한국엡손 관계자는 "가정용 프로젝터 생산을 위한 초고화질(풀HD) LCD를 삼성전자에 공급하기로 했다"며 "구체적인 공급 물량 등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가정용 프로젝터는 100인치 이상의 대화면을 200만~300만원대 가격에 구현할 수 있어 LCD, PDP TV보다 낮은 가격에 큰 화면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최근 풀HD 방식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돼 프로젝터가 안방 극장의 주역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엡손은 0.55인치 LCD를 삼성전자에 제공해 국내 가정용 프로젝터 시장을 넓힐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엡손의 고유 기술인 3장의 LCD를 이용한 3LCD 방식의 가정용 풀HD 프로젝터를 만들어 LCD 및 PDP TV와 함께 안방 극장 공략에 나선다. 지금까지 삼성전자는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사의 반도체를 이용한 디지털광학기술(DLP) 방식의 가정용 프로젝터를 생산했으나 LCD 방식의 가정용 프로젝터 생산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가 엡손과 손을 잡는 이유는 엡손이 DLP와 LCD로 나뉜 프로젝터 기술 가운데 LCD 분야의 독보적인 1위 업체이기 때문이다. 엡손은 1989년에 세계 최초로 LCD 프로젝터를 개발해 세계 LCD 프로젝터 시장에서 올해 6월 기준 시장점유율 23.4%로 1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프로젝터용 소형 LCD 기판은 엡손이 전세계에 독점 공급하고 있다.
엡손의 LCD가 세계 시장을 휩쓴 비결은 일찌감치 프로젝터 개발에 뛰어들어 3LCD라는 독자 기술을 확보한 덕분이다. 소니, 샤프 등 다른 LCD 업체들이 대형 TV 시장에서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등 글로벌 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동안 엡손은 남들이 주목하지 않은 소형 LCD 분야에 집중했다. 한국엡손 관계자는 "엡손의 전략은 소형 LCD에 특화하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대형 LCD는 만들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틈새 시장에 특화한 결과 탄생한 3LCD는 빛의 3원색인 빨강, 파랑, 초록을 표현하는 3장의 LCD가 색을 조합해 하나의 화면에 투사하는 기술이다. 일본 엡손의 모리야마 요시유키 영상기기 담당이사는 "3장의 LCD를 이용하는 만큼 화면이 밝고, 영상이 자연스럽다"고 설명했다.
현재 엡손은 일본 홋카이도 치토세시 공장에서 12인치 웨이퍼를 이용한 TFT LCD를 생산하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프로젝터용 0.55인치 TFT LCD 물량은 연간 500만장 규모다. 제품 조립 공장 등은 중국 선전으로 옮겼으나 TFT LCD 만큼은 핵심 부품이어서 일본에서 직접 생산한다.
엡손은 앞으로 크기를 더욱 소형화하고 화질을 개선한 프로젝터용 LCD를 개발할 계획이다. 모리야마 이사는 "향후 LCD 분야에서는 컴퓨터(PC)와 TV의 경계가 무너질 것"이라며 "이에 맞춰 PC와 TV를 통합한 LCD 제품들을 개발 중"이라고 강조했다.
엡손은 특히 한국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모리야마 이사는 "한국은 신기술에 관심이 많은 곳"이라며 "프로젝터는 어떤 기기보다 효과적으로 큰 화면을 재생할 수 있어 계속 발전할 것"이라고 내다 봤다.
치토세=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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