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고등법원이 사형을 폐지해야 한다는 취지의 위헌법률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제청했다. 사형제도 존폐와 관련해 법원이 나선 것은 처음이다. 1996년 "우리 문화수준이나 사회현실에 비춰 사형제도를 당장 무효화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합헌결정을 내렸던 헌재가 달리 판단할지 주목된다. 시대 변화와 국민 법 감정 등을 두루 고려, 오랜 사회적 논쟁을 매듭짓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법원은 20대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된 70대 어부의 신청을 받아들여 "사형과 무기징역형 사이의 대체 형벌이 필요하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재도 96년 단계적 폐지 입장을 취했으며, 사형에 대한 사회ㆍ문화적 인식이 달라졌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헌재는 사형제도가 헌법이 규정한 국민 생명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거나, 인간의 존엄에 반하는 과도한 형벌로 볼 수 없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 타인의 생명을 부정하는 범죄에 불가결한 제재 수단이라는 것이다. 반면 소수의견은 사형은 생명권의 본질을 침해하며, 범죄예방 효과는 무기징역으로 달성할 수 있다며 위헌론을 주장했다.
우리 사회는 '응보적 형벌'에 집착하는 법 감정이 뿌리깊은 탓에 사회적 합의를 통한 제도 변화를 이루지 못했다. 역대 정부가 97년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국제 앰네스티(국제사면위원회)가 규정한 '실질적 사형 폐지국'이 되는 길을 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과도적 상태로 지루한 논쟁을 마냥 계속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형제도는 현재 64개국에만 남아 있다. 폐지 또는 실질적 폐지 국가는 133개국에 이른다. 알바니아 르완다 키르기스스탄도 지난해 사형제도를 없앴다. 우리는 여러 차례 사형폐지법안이 제출되고 법무부도 가석방 없는 절대적 종신형 도입을 추진한다고 했으나 진전이 없다. 이런 가운데 사형을 법정형으로 규정한 범죄는 외국이 5, 6개 정도인 것과 달리 103개나 된다. 군 형법과 국가보안법 등 특별법에 특히 많다. 인권 선진국으로 가는 길을 헌재가 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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