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그룹 최고 경영자들은 우리 경제가 올보다 내년이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제적인 금융위기가 실물위기로 본격 확산되면서 수출환경이 더욱 악화되고 자금 사정 역시 올보다는 내년이 더 큰 문제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주요 기업들은 원화든 달러든 현금확보를 가장 최우선적인 과제로 꼽고 있으며 내년 사업계획은 수익보다는 안정에 최우선할 계획이다. 이 같은 사실은 5일 삼성과 LG, 현대자동차 등 6대 그룹의 주요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담당자(CFO)를 대상으로 한 본지의 설문조사 결과 나타났다.
주요 기업들은 우선 현금성 자산 확보를 위해 계획중이던 해외 투자를 포기하고 현금화 가능한 해외 자산을 매각하는 등 적극적인 달러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제적인 달러난이 앞으로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회사채 발행기회를 보고 있으며 수출입대금 결제수단과 방법의 다양화 방안도 모색중이다.
원화와 달러화의 확보는 기업 자금조직의 최대 현안. 국내 최대기업 삼성전자는 6월말 5조3,000억원 대이던 현금성 자산을 최근 6조원 이상으로 높였다. LG그룹을 대표하는 디스플레이와 전자도 지난 6월기준 전년비 98%, 55%이던 현금성 자산(현금과 단기금융상품 포함) 증가율을 최근 각각 5%포인트 이상 늘린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의 CFO 정도현 재무담당 부사장은"금융위기 여파로 국내 실물경제에 적어도 앞으로 1년 이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며 "유동성 확보차원에서 재고 자산을 줄이고 현금성 자산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서경석 GS홀딩스 사장은 "지난해 말부터 현금성 자산확보에 나섰다"며 "특히 자회사인 GS칼텍스 등이 중심이 돼 국내외 금융기관들을 대상으로 한 크레딧 라인(신용공여한도)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기업들은 또 금융위기가 장기화될 것을 대비한 회사채 발행을 적극 검토중이다. 그러나 은행 등 금융 업체들이 유동성 확보에 주력해 채권 인수에 적극 뛰어들지 못할 것으로 판단, 발행 시기를 저울질 하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현금확보에 급급한 주요 기업들은 내년 경영전략 수립에 손도 못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정준 SK에너지 R&C사장은 "내년 계획을 말할 상황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나마 내년 계획수립에 나선 기업들은 '투자보다는 현금확보' '수익성보다는 안정성'을 경영기조로 내세웠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승철 전무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장기화될 경우 실물경제에 주는 충격은 생각보다 클 것"이라며 "기업들이 금융기관의 신용경색에 따른 유동성 문제에 본격 대비하기 시작했고 안정위주의 기업경영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 고위 관계자들은 또 "새 정부 출범 직후부터 본격화하려던 투자와 고용확대는 사실 물 건너갔다"며 "내놓고 말을 못해서 그렇지 앞으로 최소 1년 이상 신규채용은 최대한 억제될 것이며 투자 역시 극도로 위축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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