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가 2일 개막했다. 부산 수영만 요트경기장에서 이날 오후 7시 열린 개막식에 참석한 국내외 영화인과 관객들은 개막작 '스탈린의 선물' 관람과 불꽃놀이, 소프라노 신영옥의 축하공연 등을 즐기며 9일간의 화려한 축제를 시작했다.
올해 부산영화제는 카자흐스탄의 영화로 막을 열면서 보다 다양하고 새로워진 모습을 선보였다. 카자흐스탄 영화가 부산에서 소개되는 것은 처음으로, 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이 직접 카자흐스탄을 방문해 제작과정을 지켜보고 초청을 결정한 작품이다.
김동호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새로운 영화를 발굴하고 소개한다는 영화제 기본 목표에 따라 지금까지 많이 소개된 아시아 국가를 너머 중앙아시아의 영화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카자흐스탄보다 부산에서 먼저 개막된 월드 프리미어인 '스탈린의 선물'은 구 소련 시절 카자흐스탄 주민과 강제이주당한 다양한 민족의 고통과 따뜻한 정을 고아 소년의 눈으로 그린 작품. 루스템 압드라쉐프 감독은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카자흐스탄에도 한인이 많았는데 그들의 나라에 내가 있다는 것이 아주 흥분된다"며 한국에 대한 감정을 표현했다.
그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KTX를 타고 오면서 승무원이 고개 숙여 인사하는 모습에서 구 소련 시절 사라진 우리의 전통문화가 한국에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을 보고 사회문화적으로 크게 닮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스탈린의 선물'은 1949년 스탈린 70회 생일을 맞아 중앙아시아에서 핵폭탄 폭발 실험이 이루어졌던 실화를 배경으로 했다.
감독의 말처럼 "카자흐스탄 독립 이후 구 소련 지배시절에 대한 첫 영화"라는 의미에, 한인 강제이주 역사와도 맞물려 있어 우리 관객과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카자흐스탄 영화는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과거 러시아의 영화 전통이 축적되어 있다.
압드라쉐프 감독은 "카자흐스탄에는 2차 세계대전 때부터 영화사가 만들어져 내가 16, 17세 때 미술 조감독을 할 적에도 이미 오래된 영화사의 도장이 찍힌 의상을 봤다"며 "명 감독인 에이젠슈타인의 전통과 기술이 고스란히 카자흐스탄에 이어내려왔기 때문에 우리 영화는 시간이 지나면 아시아 최고의 영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카자흐스탄의 안성기'라는 주연 배우 누르주만 익팀바예프는 "1939~45년 유대인 한국인 체첸인 폴란드인 등 30여 민족의 이주자들이 기차역으로 들어와 정착하던 일을 목격했다"며 "우리에게는 영원한 적을 만들지 않는 다민족 국가의 강력한 전통이 있다"고 말했다.
10일까지 펼쳐질 올해 부산영화제에서는 사상 최대 규모인 60개국 315편의 영화가 선보인다.
부산=김희원 기자 hee@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