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봉구 창동에 사는 김모(42)씨는 두 아이의 교육을 위해 올초 학원 밀집지역에 있는 더 넓은 아파트를 담보대출을 끼고 샀다. 빠른 시일 안에 옛집을 팔아 대출금을 갚겠다는 계획이었지만 도통 팔리지를 않았고, 그 사이에 대출금리는 계속 치솟아 매달 이자만 150만원 가량을 지불하고 있다. 결국 한 아이가 다니는 학원 하나를 줄이고 말았다. 교육 때문에 집을 샀는데 역으로 교육 지출을 줄이게 된 것이다.
'300조-10%'의 공포가 시작됐다.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마침내 300조원을 넘어선 것, 그리고 은행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최고금리가 10%를 돌파한 것이다. '이자 폭탄' 우려가 점점 더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치솟는 금리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8월 말 현재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07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9조1,000억원(6.6%) 늘었다. 올해 상반기 서울 강북지역을 중심으로 주택거래가 활발했기 때문으로 금감원은 분석했다.
담보대출이 꾸준히 늘어나는 가운데 금리마저 치솟고 있다. 신한은행의 3년 고정금리형 주택대출 금리는 지난 3일 8.40~10.00%를 기록, 최고 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10%를 넘어섰다. 국민은행의 이번 주 주택대출 고정금리는 8.31~9.81%로 지난주보다 0.20%포인트 상승했고, 우리은행의 이번 주초 고정금리는 8.64~9.74%, 기업은행은 8.00~9.46%로 대부분 10%에 육박했다. 이처럼 고정대출금리가 급등한 것은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가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시중은행들의 유동성 우려로 급등했기 때문이다.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에 연동하는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한 달 동안 정체 상태였다가,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91일 물 CD금리는 지난 2일 현재 연 5.88%로 1월10일 이후 9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외환은행은 이번 주초 변동금리를 연중 최고치인 6.99~8.27%로 고시했다. 기업은행, 하나은행, 국민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도 모두 금리를 소폭 인상, 최고 금리가 8%를 넘는다.
일부 은행은 신용대출 금리도 인상했다. 한국씨티은행은 2일부터 2년제 직장인신용대출 금리를 11.70%로 0.70%포인트 인상했다. 외환은행도 이번 주초 리더스론 금리를 7.76~8.46%로 지난 주초보다 0.37%포인트 높였다. 이 같은 금리인상은 그렇지 않아도 힘든 서민가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부실화 가능성은
감독당국 관계자는 "국내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금융권 평균 연체율과 담보인정비율(LTV)이 각각 0.70%와 48.8%로 낮은 편이고 대손충당금 적립율도 높다"면서 "한국판 서브프라임모기지 위기 같은 주택담보대출의 부실화가 나타날 위험은 낮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증시급락과 부동산 가격 정체로 가계자산가치는 크게 떨어지고 물가 상승으로 실질소득 증가율은 낮은 상황에서 주택대출 금리가 상승하면 가계의 상환능력이 떨어져 불안요인이 될 소지가 크다고 경고한다. 서브프라임 사태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금리상승→가계부담악화→주택처분→파산가구등장→금융부실증가의 완만한 악순환 고리는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주택담보대출중 열에 아홉이 변동금리대출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미국의 경우 프라임 론은 대부분 고정금리 대출이지만 2006년 당시 전체 모기지 대출의 13%를 차지했던 서브프라임모기지의 경우 변동금리 대출이 대부분이어서 금리가 오르고 주택가격이 하락하자 급격히 부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기준금리 인하 등을 통해 가계 부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연구위원은 "금융권의 유동성 경색 현상이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내년에도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워 대출금리 상승세가 장기화할 것"이라며 "기존 대출자들에게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당국이 통화 공급 확대나 금리 인하 등 신축적인 유동성 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진주 기자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