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으신 부모님이 농사를 짓고 계시다. 딴에는 농민의 아들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기도 한데, 사실 자괴감이 훨씬 크다. 농사철인데 전화로나 때우고 도와드리러 내려가지도 못하는 주제라는 게 죄송하고, 부모님이 농사 져서 건지는 게 거의 없다는 점이 분통 터질 때가 많다. 이 마당에 과거의 추곡수매 대신 도입된 쌀소득보전직불금 제도가 논흙에 손도 안 대본 땅부자들의 농간에 엉망진창이 되고, 정작 부모님 같은 진짜 농민은 빈손이라니 혈관이 터질 것 같다.
제도를 확실히 만들어놓지 않아 편법이 판치게 만든, 어쩌면 편법에 적극적으로 협력했을, 쌀농사 관계 정치인과 공무원 여러분들, 정말 그러면 안 된다. 다른 것도 아닌 추곡수매를 대신한 쌀소득보전 제도다. 이것마저 부정으로 얼룩진다면, 어차피 망해가는 농촌이지만, 그 망해가는 속도는 더욱 빨라질 테다. 쉼 없는 먹거리 파동과 미국소 수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제 농민에게 남은 것은 누대로 생명과 같은 쌀밖에 없다.
실제로 논바닥에서 농사를 짓는 이들에게 쌀소득보전 제도의 파행 실태는, 멜라민 분유로 아이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만큼이나 충격적일 테다. 소임을 저버린 공무원들도 문제지만, 땅부자들의 돈 욕심은 예나 저나 무자비하고 반성도 모르고 양심도 없다.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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