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급 부호들 미술시장 '쥐락펴락'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정점에 달했던 국제 미술시장의 거품은 이제 주저앉았다. 하지만 권력자들의 활동엔 제약이 없는 모습이다.
대표적 인물은 구찌 브랜드 등을 보유한 명품 사업체 PPR과 경매사 크리스티를 소유한 프랑스의 대부호 프랑수아 피노다. 유력 미술지들이 내놓은 '파워 100' 리스트에 따르면 그가 국제 미술계에서 가장 힘이 세다.
사업가형 컬렉터인 그는 2007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공표한 바에 따라 베니스 대운하의 초입에 새로운 현대미술관을 개관할 계획이다.
지난달 10일 베르사유 궁전에서 개막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제프 쿤스의 개인전 '제프 쿤스 베르사유'의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프랑스의 전 문화부장관인 장 자크 아야공이라고 홍보됐지만, 실제로 기획을 성사시킨 주인공은 피노다.
그러자 피노의 경쟁자로 루이비통의 모그룹인 명품회사 LVMH의 회장 베르나르 아르노도 1억 유로(약 1,700억원)를 투자해 파리 서부의 열대식물원에 현대미술관의 기능을 하는 예술재단을 개관하겠다고 선언했다.
2010년 개관을 목표로 삼고 있는 재단의 초대 관장으로 선임된 인물은 오래도록 파리시립현대미술관을 이끌어온 수잔느 파제다.
프랑스의 부호들이 경쟁적으로 '포틀라치'(potlatchㆍ과시소비)에 나섰다면, 영국의 대표 작가 데미언 허스트는 후안무치한 직거래 장사를 시도해 성공을 거뒀다.
지난달 15일과 16일 이틀에 걸쳐 진행된 소더비의 단일 작가 경매 '내 머릿속에선 영원히 아름답다'(Beautiful Inside My Head Forever)는 미국 경제가 파탄의 신호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1억1,150만 파운드(약 2,435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해 세인들을 황당하게 만들었다.
소더비에 따르면 총 223점의 매물 가운데 218점이 팔렸고, 작가는 5,000만 파운드(약 1,081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허스트가 자기 표절의 아류작들을 경매에 부친 이 관행 파괴적 장사판은 러시아와 중동 등에서 온 새로운 부자들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다. 작가는 자신의 직거래 경매를 "시장의 민주화"라고 불렀다.
래리 가고시안 등 거물급 화상의 독점이 특정 부류의 사람들만 허스트의 작품을 구매할 수 있게 제한했다면, 이번의 직거래 경매는 누구든 돈만 있으면 작품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미국 언론은 "허스트의 작품을 사려면 어느 화랑의 문을 두드려야 하는지 모르는 무식한 졸부들에게나 편리한 경매였다"고 폄하했고, 현대 회화의 태두인 게르하르트 리히터는 보다 노골적인 진단을 내렸다.
"미술시장은 개들에게 넘어갔다. 러시아, 중국 등의 신흥 부자를 상대해야 하는데, 그들에겐 문화가 없다. 좀 느끼려면, 최소한 뭘 이해할 필요가 있는데."
미술·디자인 평론가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