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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나쁜 유전자' 나쁜 지도자들 DNA도 사악했다

입력
2008.10.06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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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버라 오클리 지음ㆍ이종상 옮김/살림 발행ㆍ560쪽ㆍ2만5,000원

히틀러, 무솔리니, 폴 포트, 차우셰스쿠, 밀로셰비치, 소모사, 후세인, 이디 아민…. "저 미치광이들은 도대체 어떻게 그런 최고위직에 오를 수 있었을까?"

보통 사람들의 분통을 터뜨리는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잔학 행위를 증명하는 명백한 자료들이 코앞에 있는데도 마치 그런 일이 없었거나, 딴 사람의 잘못 때문에 그런 일들이 벌어졌던 양 행동한다. 분명 세상은 능멸당하고 있는 것이다.

머리에 뿔이라도 달렸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들은 식별되지 않는다. 스탈린은 사교의 달인이자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드는 매혹적인 인물로 널리 인정받았다. '발칸의 백정' 밀로셰비치는 서방 외교관으로부터 합리적이며 친서방적인 인물이라고 호평 받기까지 했다.

그들은 결국 "인간 쓰레기"이며 극단적인 "마키아벨리주의자"일 뿐이다. 미국 오클랜드대 공학부 교수 바버라 오클리는 여성 특유의 섬세한 관찰력에다 최신 과학이론을 접목시켜 그들을 분석한다. 실험실에서 길들여진 시선이 날카롭다. 그녀의 입장은 말하자면 "이 세상 최고의 성인인 척하던 설교자가 창녀와 잠자리를 같이 한 사실을 보도한 시사잡지"(39쪽) 쪽을 택한 결과다.

멋대로 놀아나다 어느날 훌쩍 집으로 와서는 우연히 만난 남자를 따라 또 자취를 감추더니, 이혼한 엄마의 남자친구를 빼앗아 잘 사는 '성공적인' 팜므 파탈이 있다고 하자. 이 말썽장이 아가씨는 어떻게 봐야 할까? 저자는 유전자와 환경에 절반씩 책임이 있다고 보는 통념의 오류를 지적, 유전자 쪽에 책임을 묻는다. 부모의 속을 썩히는 아이들의 경우, 부모의 유전자가 결정적 원인이라는 것이다. 역사상의, 현실의 마키아벨리주의자들을 보는 저자의 시각도 그렇다.

마오쩌둥은 사악한 유전자를 가진 '보더패스'(경계성 인격 장애)의 전형으로 나온다. 반사회적 인격 장애인 사이코패스와 더불어 다양한 성격이 내재하는 정신분열적 양상까지, 그에 대한 분석이 임상기록처럼 펼쳐진다. 고문에 의존하고, 부하들이 서로를 비난하도록 부추기는 통치 수법을 고안했다는 것이다. 둘째 아들이 앓았던 정신분열증도 그의 보더패스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312쪽).

엔론이 분식 회계로 2001년 파산하기 전까지 자금관리 책임자(CFO)였던 패스토가 성공 가도를 달릴 수 있었던 것은 업무에는 무능했지만 언론 공작 등에 능했기 때문이라며 그의 유전적 특성을 분석한다. 저자는 또 능력이나 정직성 등은 중요시하지 않는 엔론 특유의 하향식 조직문화에도 큰 혐의를 든다.

이 책은 후발자의 미덕을 최대한 발휘한다. 왜 그들이 사악하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연구 결과, 쌍둥이들을 대상으로 한 비교 연구, 사이코패스에 대한 영상유전학의 개가 등 관련 분야의 최신 업적을 일목요연하게 보여 준다.

자연과학적 사실에다 역사적 사건과 개개인의 신변에서 벌어지는 일을 조합하는 필자의 능력이 골고루 펼쳐진다. 염색체지도 등 딱딱한 과학 정보에도 불구하고 흥미로운 개인사까지 곳곳에 삽입해 일반 독자를 흡입하는 까닭이다.

한편으로 사회경제적 준거가 미약하다는 아쉬움은 있다. 그러나 과학과 대중과의 만남이란 관점에서 보자면 이 책은 마키아벨리안의 분석을 위한 탁월한 모델을 제시했다는 호평을 얻었다.

"매력적인 위장술에 현혹되거나 그들의 애끊는 이야기에 넘어가지 말라." 사랑, 배려, 충성, 신뢰 등 보통 사람의 인간적 면모를 기만하는 마키아벨리주의자들에게 권력을 위임하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저자의 충고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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