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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지경부 장관의 황당한 음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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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지경부 장관의 황당한 음모론

입력
2008.10.06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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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오전 과천 정부종합청사 지하1층 대강당. 대통령을 수행해 러시아를 방문하고 전날 귀국한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은 여독이 채 풀리기도 전 직원들을 소집했다. '직원과의 대화'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굉장히 추운 겨울이 오고 있다"며 최근 경제위기에 대한 언급으로 시작한 이 장관의 강연은 이내 최근의 지경부 문제로 옮겨갔다. 지경부는 최근 본부 직원 및 산하 기관 임직원들의 비리가 연이어 불거지면서, 도덕성 시비에 휘말린 상황. 지난달 지경부에서는 한 사무관이, 또 유관 기관인 한전 자회사 전 사장이 각각 1억여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그런데 이 사태를 보는 이 장관의 시각은 특이했다. 물의를 일으킨 부처의 장관으로서 당연히 국민들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직원들에게도 확고한 기강확립을 요구할 줄 알았지만 이 장관은 그게 아니었다.

"최근 우리 부가 너무 잘 나가니까 견제가 들어오는 것 아닌가 싶다" "우리 부가 정책적 이슈를 많이 갖고 있는 데다 언론의 조명도 크게 받고 대통령도 자주 만나니까 시기와 질투, 부러움을 받고 있다" 사과를 하고 재발방지대책을 세우고 윤리의식 재무장을 강조해도 모자랄 판에, '견제론'과 '질시론'이라니. 기이한 상황인식이자, 황당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이것도 모자라는지 이 장관은 심지어 "내가 취임하기 전에 일어난 일인데 왜 내 리더십을 들먹이는지 모르겠다"고 억울함을 호소하기까지 했다. 강연을 들은 직원들조차 고개를 갸우뚱하는 분위기였다.

지경부는 정부조직개편으로 몸집이 불어난 거대부처다. 그런 만큼 업계에 대한 영향력도 커졌고, 유착과 부패의 소지도 생겼을 것이다. 과거 정부, 지금 정부 따질게 아니라 집안단속 잘하고 좀 더 자숙하는 게 합당한 도리일 것이다.

박일근 경제산업부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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