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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금융위기에 정치·이념 기상도도 '빅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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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금융위기에 정치·이념 기상도도 '빅뱅'

입력
2008.10.06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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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국제정치의 기상도를 바꿔 놓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일 “금융위기의 여파로 세계 정치인들의 명암이 뒤바뀌고 있으며, 정당들의 이념 역시 변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기압권에 들어선 이는 영국의 고든 브라운 총리다. 불과 2, 3주 전까지만 해도 브라운 총리의 앞날에는 먹구름만 가득했다. 지지율 하락세에, 노동당 내에서는 데이비드 밀리밴드 외무장관으로 당수를 교체하자는 목소리가 거셌다. 혹 당수 자리를 지킨다 해도 2010년 총선에서 보수당에 총리 자리를 내 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금융위기가 그의 정치생명을 연장시켰다.

지난 달 발 빠르게 공적자금을 투입, 할리팩스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HBOS), 브래드포드 앤 빙리 등 금융기관을 살려낸 데다 예금보호한도를 10만 달러까지 확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경제위기에 대한 대처능력을 인정 받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정부의 힘을 믿는다’는 카드를 내세워 정치 인생에 집행유예를 받은 셈”이라고 평했다.

반면 존 매케인 미 공화당 대선 후보의 머리 위에는 저기압이 드리워졌다. 3주 전만 해도 그루지야 사태 이후 외교ㆍ안보가 선거의 핵심 이슈로 떠오르면서 전세는 매케인에 유리한 듯 보였다. 하지만 현재는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몰린 부시 정부와 한 통속으로 몰리면서 지지율에서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에 밀리고 있다.

국제 정치계에서 좌파와 우파 간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는 것도 큰 변화다. 시장에 대한 국가의 통제 및 개입 확대(좌파), 시장원리에 따른 경제정책 운영(우파)이라는 각각의 핵심 이념과 모순되는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영국 내 중도 좌파 정치인들은 당의 이념에 따라 부시 정부의 은행 국유화 방침에 찬성 입장을 보냈다. 하지만 탐욕을 추구하다 파산한 월가(街) 구제가 국유화의 목적임을 간파한 후 반대입장으로 선회했다.

이 같은 모순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중도 좌파인 고든 브라운 총리는 2006년 소위 ‘그린스펀 버블’로 불리며 현 경제 위기의 주범으로 몰리는 앨런 그린스펀 전 미 연방준비제도(FRB) 의장에게 기사 작위 수여를 추천하기도 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역시 중도 우파임에도 자유 방임을 숭상하는 미국식 금융 시스템에는 반기를 들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금융 위기에 대한 정치계의 대응 방식은 이상한 동맹과 이상한 대립 관계를 확대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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