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 구로동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연수실. 50여명의 어른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장난감 레고 블록을 맞추며 아이들처럼 신나는 모습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웬일일까, 이름도 거창한 '문화예술을 기반으로 한 창의적 리더십 워크숍' 참석자들인데?
이 워크숍은 지난달 30일과 1, 2일 3일에 걸쳐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주로 일선 학교에서 연극, 무용, 미술 등 예술 교육을 담당하는 강사들, 워크숍 강연자는 창의적 기업가 양성을 목표로 하는 덴마크의 3년제 대학 카오스필롯의 학장 크리스터 리젤리우스였다. 예술 교육의 방법론을 비즈니스에서 찾자는 것이 바로 이 워크숍의 취지였다.
참석자들의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종이는 보지 않고 상대의 눈만 보며 캐리커처 그리기, 주변 사진을 찍어 특정 개념 설명하기, 레고 블록 쌓기를 통해 소통의 힘 체험하기 등 예술과 동떨어진 듯 보이는 프로그램 내용에 참석자들은 오히려 큰 관심을 보였다.
서울시립예술단 출신의 선린인터넷고 특별활동부 연극교사인 문지영(41)씨는 "문화예술의 경쟁력을 키우려면 창의력이 필수라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창의력'이란 말 자체가 화석처럼 굳어진 단어 아니냐"면서 "이번 강의를 듣고서야 창의력의 개념 정립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숙명여대 무용학과 강사 김이경(37)씨는 "테크닉만 강조하는 국내 문화예술계 현실에서, 비즈니스 스쿨 CEO에게 배우는 내용이 신선했다"면서 "생활 속 예술이란 과연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리젤리우스 학장은 "워크숍 참석자들이 예술가 출신들이어서인지 새로운 시도에 적극적"이라고 총평했다. 그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생각보다 더 많은 능력을 갖고 있다. 우리는 그들이 자아를 발견하도록 올바른 틀을 찾아줄 뿐"이라면서 "모든 사람은 크리에이티브하다"고 강조했다.
진흥원 측은 "예술 교육을 담당하는 현장 인력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이야말로 사회 경쟁력을 키우는 일"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서구 문화 선진국에서는 예술가가 아닌 수용자 중심의 예술교육이 자리잡은 지 오래"라는 게 인력양성팀 황지영씨의 말이다.
진흥원은 11월에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교육부서 총디렉터 티오도르 위프러드의 초청 강연도 마련해놓고 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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