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이상설에 휩싸였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대외 활동이 51일 만에 공개됐다. 한국 정보 당국도 최근 “김 위원장이 수술 후 회복 중”이라고 밝힌 적이 있어 지난 한 달 동안 이어졌던 김 위원장 건강 악화에 따른 유고설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하지만 사진이나 영상 자료가 공개되지 않아 북한측 보도 자체만으로는 김 위원장의 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없어 건강 이상설을 완전히 불식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북한 매체들은 4일 밤 김 위원장의 김일성종합대학 창립 62주년 기념 축구 경기 관람 사실을 보도한 데 이어 5일에도 이런 방송을 반복했다.
김 위원장은 8월14일 인민군 부대를 시찰한 뒤 외부 활동이 공개되지 않은 상태였다. 따라서 51일 만에 김 위원장이 외부 활동을 공개했다는 것은 8월 중순 뇌졸중 수술 후 요양을 통해 이제는 축구 경기를 관람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이 회복됐다는 메시지로 볼 수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최근 “김 위원장 건강이 많이 회복된 것 같다”며 “조만간 공개 행사에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 위원장의 외부 활동 공개는 크게 북한 내부와 국제사회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꼭 참석해야 했던 정권 수립 60주년 기념 행사(9ㆍ9절)에 김 위원장이 불참하고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북한 주민들 사이에 동요가 일기 시작했다.
따라서 이번 활동 공개로 체제 동요를 막고자 했다는 것이다. 대북 소식통은 “경기 관람에 리재일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 수행한 것도 북한 주민들에 대한 선전선동사업 강화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풀이했다.
미국과의 담판을 앞두고 김 위원장의 건재 과시 행보라는 해석도 있다. 김 위원장이 공개 석상에서 사라진 8월14일, 북한은 동시에 영변 핵시설 불능화 작업을 멈췄고 9월 들어 재처리시설 가동을 통보하면서 긴장을 고조시켜왔다.
그런데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를 평양으로 초청, 1~3일 그가 방북하고 북미 관계와 핵 문제에 관해 중대한 제안을 하는 와중에 김 위원장이 활동을 재개한 것은 협상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경기 관람 사진이나 동영상이 공개되지 않아 의문도 여전하다. 그 동안 김 위원장의 군부대 시찰, 공연 관람 등의 공개 활동은 노동신문에 실린 사진이나 조선중앙TV 보도 등을 통해 외부에 노출됐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기 관람 장소나 시간도 나오지 않았고, 사진 한 장 보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의 건강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진이나 동영상이 공개되면 과거 알려졌던 김 위원장 모습에 비해 수척해진 사실이 드러나 건강 상태가 확인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꺼렸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사진이 계속 공개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건강 이상설이 오히려 증폭될 수도 있다. 그래서 노동당 창건 63주년 기념일인 10일 행사에 나오기 전 미리 외부의 관심을 고조시키는 차원에서 이번에는 활동 사실만 공개했다는 분석도 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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