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일린이 선전했다. 그러나 바이든 후보의 판정승이다.’
2일 부통령 TV 토론에 대한 미 언론들의 대체적인 평가이다. 언론들은 토론회에서 조지프 바이든 민주당 후보보다는 세라 페일린 공화당 후보에게 거의 모든 관심을 집중했다. 최근 인터뷰에서 노출된 그의 국내외 정책에 대한 일천한 식견이 토론회에서 다시 재연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특히 2년이 채 안되는 그의 알래스카 주지사 경력과 의회 경력 30년이 훨씬 넘는 바이든의 경력을 비교하면 더욱 그랬다.
뉴욕타임스는 “페일린이 공화당에 더 이상 짐을 주지 않고 자신의 자질론 논란도 가라앉혔다”며 “매케인 후보를 (페일린 논란에서) 자유롭게 해 그가 다른 현안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줬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그러나 “궁지에 몰리고 있는 매케인 캠프에 돌파구가 되지는 못했다”는 한계도 아울러 지적했다. 페일린 후보가 나름대로 자신의 역할은 했지만 매케인 후보가 겪는 어려움을 생각할 때 현재의 판세를 바꾸지 못한 것에 아쉬움으로 남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페일린에 대한 성적은 언론마다 다소 엇갈렸다. 페일린이 금융위기에 대한 대응이나 부통령의 역할론 등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회피한 점, 특별한 말 실수는 없었지만 틀에 박힌 대답이 많았던 것은 유권자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미흡했다는 지적이 있는가 하면, 모든 견해에 거침없이 활발하게 토론을 이끈 것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페일린이 바이든을 수세로 몰았을 뿐 아니라 오바마 후보를 반복적으로 공격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TV 토론이 페일린 자신에게는 몰라도 매케인 후보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계를 지적했다.
2000년 대선에서 매케인의 참모로 일했던 토드 해리스는 “(공화당이 흘리는) 피를 멈추게 한 효과”라고 비유하면서도 “이것만으로는 추세를 바꿀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 대해서는 비교적 후한 평가가 많았다. 뉴욕타임스는 “예리한 모습을 보여준 인상적인 토론이었다”고 했고, CNN 방송은 “바이든이 절제된 노련미를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TV 토론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도 비슷했다. CBS 방송이 무소속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바이든 후보의 승리로 답한 사람은 46%인 반면 페일린은 21%였다. CNN 방송 조사에서도 51%가 바이든의 우세라고 한 반면, 페일린이 이겼다는 응답은 36%였다.
그러나 부통령 TV 토론이 대선 판세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했다는 것이 과거의 사례여서 이 토론에 큰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1988년 공화당의 댄 퀘일 후보와 민주당의 로이드 벤슨 후보가 맞붙었던 부통령 TV 토론에서 퀘일 후보가 참담한 패배를 당했음에도 판세에는 영향이 없이 아버지 조지 부시 후보가 승리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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