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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은의 名品 먹거리] 세계3대 진미 푸아그라 감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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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은의 名品 먹거리] 세계3대 진미 푸아그라 감탄!

입력
2008.10.06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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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앤디씨와 방송 녹화 차 프랑스에 갔을 때의 일이다. 인기가 높은 스타로만 알고 만났지만, 실제로 보니 그는 요리도 잘하고 입맛 까다로운 사람이었다.

방송의 콘셉트는 내가 프랑스의 유명한 맛 집으로 앤디씨를 안내한다는 설정이었는데, 센스 만점에 웬만한 처자들보다 요리 솜씨가 좋은 그의 입맛을 만족시키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드디어 맛 집 동선의 하이라이트인 '아뜰리에 조엘 로뷔숑(atelier Joel Robuchon)'이라는 고급 식당에 당도했고, 몇 가지 샘플 음식 가운데 드디어 푸아그라가 테이블에 나왔을 때, 그는 드디어 만족해하며 한 접시를 싹싹 비웠다. 푸아그라는 처음이라고 하면서, 세상에 이런 맛이 있느냐며 놀라워했다. '이런 미식가 같으니라고.'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 푸아그라(foie gras)

서양 문화권에서 미식을 위한 3대 식재료를 꼽으라면 누구나 주저하지 않고 이렇게 말한다. 푸아그라, 캐비아, 송로버섯. 거위나 오리 간을 말하는 푸아그라와 철갑상어의 알 캐비아, 그리고 송로 탐지용 멧돼지가 킁킁거리며 심마니처럼 찾아 헤매야 기껏 손톱만큼 채취할 수 있다는 송로버섯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원하는 사람은 많은데, 적은 양만 생산된다는 '희소성'. 워낙 맛이 좋은 식재료들이어서 원하는 이들이 많다 보니 그 수량을 따라갈 수 없는 것일까, 아님 적은 양만 생산되기 때문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일까. 어째든 미식의 3대 재료 가운데 푸아그라 즉, 가금류의 살진 간은 정말 오묘한 맛이다.

가금류의 간 가운데 특히 거위의 간을 최고로 치는데, 거위의 입을 억지로 벌려 깔때기를 꽂고 깔때기로 옥수수를 들이붓는 사육 과정을 생각하면 좀 죄스러운 일이다. 거위가 옥수수를 인지할 겨를도 주지 않고, 영양분은 직방 간으로 가서 쌓이게 된다.

거위의 간을 무조건 비대하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몸집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뚱뚱한 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렇게 키운 거위의 간만 똑 떼어내면 그때부터 손질하여 진공 포장, 시중에 유통되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사육 과정을 생각지 않는다면 그 맛은 정말 최고다. 간이지만, 시장에서 사 먹는 순대로 치면 '허파'에 가까운 맛이다. 부드럽고 탄력적으로 씹히는 맛, 그리고 그 특유의 냄새가 풍미를 보장한다.

푸아그라를 맛있게 먹는 방법에는 두 가지 룰이 적용되는데, 하나는 조리 시간이 짧아야 한다는 것. '푸아(foie)'는 간, '그라(gras)'는 지방을 뜻하는 만큼 거위 간의 주 구성은 지방분이다. 즉, 불 위에서 오래 둘수록 지방이 녹아 없어진다. 주먹만 한 거위 간을 불 위에 계속 두면 부피가 점점 작아져 밤톨만 해질 수 있다.

프랑스 셰프들은 거위 간 요리의 룰을 '한 쪽에 1초씩'이라 가르친다. 앞, 뒤를 프라이팬에 지질 때 딱 1초씩만 지체되어야 한다는 비약적인 표현이다. 푸아그라의 향기를 더 강하게 하기 위해 버터를 달군 팬에 앞, 뒤를 지지고 소금을 약간, 그리고 브랜디나 꼬냑과 같이 향기 좋은 술을 조금 더하면 미식가들이 울고 갈 요리가 완성된다.

푸아그라를 먹는 방법의 두 번째 룰은 과일, 특히 단 맛의 과일을 곁들이는 것. 고유의 냄새가 강한 간 요리에 단 과일이라…. 언뜻 생각하면 비위에 맞게 그려지는 맛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실제로는 단 맛이 강한 청포도나 제철 복숭아 등을 졸이거나 젤리 상태로 응고시켜 푸아그라와 곁들일 때 간 맛이 더 부각되면서 입 안이 새로워진다.

■ 푸아그라 덮밥

유럽에서 인지도를 얻은 스타급 셰프들이 상하이나 도쿄에 레스토랑을 내는 것은 이제 놀랄 일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유럽식 식단의 동양적 재해석이 활발한데, 예를 들면 상하이에 있는 3성급 레스토랑 '장 조지(Jean George)'에서는 고기 와인 찜 요리에 오향장육 소스에 익힌 무가 곁들여 나온다.

도쿄에 자리를 잡은 유럽 셰프들은 조리법이 비교적 간단하고, 재료의 본맛을 최대한 살려내는 것이 포인트인 일본 요리에 감탄하여 '퓨전' 메뉴를 종종 개발해 낸다.

내게 가장 큰 충격을 준 퓨전 요리 '푸아그라 동'도 그 중 하나. 일본 음식 이름에 '동'이 붙으면 '돈부리', 즉 '덮밥'을 뜻하는 것으로 알고는 있지만 그러면 푸아그라를 푸짐하게 올린 덮밥이라는 맛인가? 맞다. 그것도 귀하디 귀한 푸아그라를 팬에 슬쩍 지져 두 조각이나 올려 밥이 안 보일 정도로 푸짐하다. 가격은 2500엔선, 한 그릇에 2만 5천원을 호가한다.

와인과 다진 버섯(운 좋으면 다진 송로버섯이 섞이기도 한다)을 위주로 만든 가벼운 소스를 끼얹은 요리다. 느끼한 지방 덩어리와 밥의 조화라니 별로 구미가 당기지 않는 조합이지만, "푸아그라동, 안 먹어 봤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라고 달인처럼 말해 본다.

흰 쌀밥의 단 맛이 와인 소스를 입은 푸아그라와 한 입씩 어울려 중독적인 맛을 이뤄내기 때문이다. '푸아그라'라는 세계 최고가의 식재료를 일?서민 음식의 대표 격인 덮밥에 응용한 발상이 놀랍다.

선뜻 접하기 어려운 식재료를 친근한 메뉴에 접목시키는 노력은 멋진 일, 우리의 세 치 혀를 위해 희생해 준 거위의 맛을 좀 더 많은 이들이 누릴 수 있으니까. 하지만, 세계 동물 애호 단체 등은 현재 거위 간을 사육하는 방식이 동물 학대에 해당되기 때문에 당장 중지시켜야 한다고 운동을 펼치고 있다.

언제 갑자기 거위 간 사육이 불법이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세계의 미식가들은 당장 내일부터 간 맛을 못 보게 되면 어쩌나 전전긍긍하며 오늘도 주문을 한다. "푸아그라 실부 쁠레(foie gras s'il-vous-plait; 푸아그라 주세요)"라고.

박재은ㆍ음식 에세이 <밥 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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