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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나눔-희망이 곁에 있습니다] <22> 친환경 교육으로 아토피 퇴치 앞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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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나눔-희망이 곁에 있습니다] <22> 친환경 교육으로 아토피 퇴치 앞장

입력
2008.10.06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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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제 비누는 호빵맨이에요." "으, 미끌미끌해서 잘 안 만들어져요."

라벤더 향이 가득한 교실에 아이들의 아우성도 가득하다. 지난달 24일 찾아간 서울 중랑구 면동초등학교. 왁자지껄한 교실에서 '주물럭 아토피비누 만들기' 교육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신선희(45) 교사가 소리 높여 아이들이 만들고 있는 아토피비누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다.

"지금 맡고 있는 라벤더 향은 식물성 오일에서 추출한 거에요. 식물성 오일이기 때문에 향이 오래 가지는 않지만, 피부에는 좋은 거에요. 잘 알았죠?" 아이들의 눈망울에 호기심이 무럭무럭 피어 올랐다.

신 교사의 친환경 수업은 올해 3월부터 시작됐다. 면동초등학교가 보건복지부 산하 서울시교육청 지정 알레르기(아토피ㆍ천식) 연구 학교로 지정된 게 계기였다. 잡무 부담 증가로 대부분 꺼려했지만, 신 교사는 자진해서 '총대'를 멨다.

중랑구청과 여성환경연대, 녹색병원, 그리고 풀무원에 이르기까지 여러 곳의 지원을 끌어내면서 아이들이 좀 더 자연과 가깝게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조금씩 깨닫게 됐다.

어려움도 없지 않았다. '분필 없는 칠판', '먼지가 덜 나는 매트'가 필요했지만, 정부의 적은 지원으로는 빠듯하기만 했다. 올해 하반기 환율이 치솟으면서 칠판 설치비가 연초의 개당 7만5,000원에서 10만원으로 올랐을 때는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두드리면 열리는 법. 풀무원이 아이들 급식 지원을 하겠다고 나섰다. 지난달부터 아이들의 밥상이 좀 더 푸르러졌다. 쌀, 잡곡, 과일, 야채, 냉동식품까지 면동초등학교 2,500여 명의 아이들에게 친환경 밥상이 차려진 것이다.

신 교사는 "식품 첨가물이나 화학제품이 들어있지 않은 먹거리가 사실 아토피 어린이에게 제일 중요하고 부모들도 걱정하는 부분인데, 가장 큰 문제가 풀무원의 도움으로 해결됐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신 교사가 본격적으로 아이들의 환경 개선에 뛰어든 것은 20년 넘게 아이들이 커오는 환경을 지켜보면서 이대로 아이들을 방치해서는 안되겠다는 마음속 울림 때문이다.

"서울 노원구나 중랑구는 부모들도 생계활동 하느라 바쁘고, 환경도 좋지 않아요. 그래서 유달리 아토피 어린이가 많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아이들 건강까지 지역 격차를 만들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신 교사는 아이들과 함께 학교 건물과 운동장 사이에 66㎡ 남짓 작은 유기농 텃밭을 가꾸고 있다. 아이들이 "배추가 무럭무럭 자라서 싱싱해지면 김장을 담가 먹어야지", "심은 지 얼마 안된 것 같은데 벌써 오이도 딸 수 있을 만큼 자랐다.

직접 기른 거라 훨씬 맛있다"고 삐뚤삐뚤 적은 환경 일기에는 친환경적 교육의 희망이 묻어난다. 신 교사는 "텃밭 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먹거리의 중요성을 체득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학교에서 친환경 교육을 받은 초등학교 1학년 예지(8)는 집에 와서 엄마에게 "코카콜라는 색소가 들어가서 좋지 않고, 햄버거는 몸이 가려워지니까 안돼. 오이나 나물을 먹는 게 좋아"라고 했다. 한창 또래들과 학교 앞에서 불량식품을 사먹을 나이에 똑 부러지게 자신의 몸에 대해 말하는 예지의 모습은 얼마나 대견한가. 당연히 친환경 교육의 결과다.

예지 엄마 이미라(36)씨는 "학교가 친환경 교육을 통해 아이들에게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부모의 품에서 단체활동을 하는 학교로 보낼 때 걱정이 많았는데 이젠 안심이 된다"고 했다.

신 교사는 변해가는 아이들과 엄마들의 호응에 절로 신이 난단다. 학교가 일찍 파하는 수요일 오후, 친환경 비누 만들기 수업이 마무리 되자 시간은 어느덧 오후 3시. 신 교사는 "동료들이 다 영화 보러 가버렸다"며 아쉬워하면서도, 비누가 묻은 아이들의 책상을 닦으며 "그래도 우리 아이들이 환경과 자신의 몸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는 기회를 주는 일이라 보람을 느낀다" 며 활짝 웃었다.

■ "굿바이 아토피!" 풀무원, 올바른 식습관 중요성 알리기 앞장

'엄마들이 신났다.'

초등학교 2학년 민정이(9)를 키우는 김종숙(37)씨는 "아이에게 치마를 입히면 속치마가 꺼슬꺼슬해 금방 허벅지가 붉게 달아오르니 속상하죠. 아토피 피부염의 원인이 딱히 없잖아요. 먹는 거 입는 거 다 조심해서 사는 수밖에…. 겉옷까지 일일이 다 손빨래를 해서 입혀요"라며 한숨을 내쉰다.

다빈이(9ㆍ초2) 엄마 박정운(37)씨도 "아무리 집에서 조심을 시켜도 학교에 가서 아무거나 먹고 온 몸이 가려워 하는 건 어쩔 수가 없잖아요. 아이가 간지러워서 긁어대느라 밤에 한 숨도 못자니 가슴 아프죠" 라고 했다.

아토피 피부염이 있는 자녀를 둔 엄마들은 늘 노심초사다. 풀무원이 올해 친환경 사회공헌활동의 하나로 처음 시작한 '굿바이 아토피!' 캠페인은 이 엄마들의 애틋한 모성애를 담았다.

아토피 피부염이 있는 아이들에게 올바른 식생활의 중요성을 알리고 실천을 돕는 것이 목표다.

풀무원은 자사가 판매하는 두부와 콩나물 제품에 '굿바이 아토피!' 캠페인 마크를 부착하고 제품 매출액의 0.1%를 아토피 피부염 어린이를 지원하는 데 사용한다.

여성환경연대와 손잡고 지난해 5월부터 서울 신구로초등학교, 가양초등학교, 염강초등학교, 면동초등학교에서 친환경 먹거리 제공, 아토피 교육, 교정에 로하스 텃밭 조성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2008년 두부 매출량을 고려하면 연간 약 1억6,500만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프로그램이다.

풀무원의 이지영 사회공헌 담당자는 "국내 아동 3명 중 1명은 아토피를 앓고 있다는 말이 나올 만큼 환경오염으로 어린이들의 고통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아토피 캠페인은 좋은 먹거리 제공을 통해 기업 이념인 '이웃사랑과 생명존중'을 실천하려는 풀무원의 의지가 구체화된 활동"이라고 강조했다.

풀무원은 아토피 캠페인 외에도 결식아동 중식비 및 북한 식수 지원, 국악 공연 지원, 풀무원 김치 박물관 등 다양한 활동을 펴고 있다. 올 들어 8월까지 이미 7억5,000여만원을 사회공헌 활동에 집행했다. 또 전 계열사 직원들이 11개 동아리를 통해 자발적으로 각종 봉사활동에 참가한다.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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