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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보유액 공방 / "2400억弗모두 가용" VS "최악 상황 계산해 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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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보유액 공방 / "2400억弗모두 가용" VS "최악 상황 계산해 봤나"

입력
2008.10.06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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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보유액 규모가 충분한지를 둘러싼 공방이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학계를 중심으로 '현 보유액 규모가 반드시 넉넉한 것만은 아니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는 본보 기사(10월2일자 1ㆍ3면 기사참조)와 관련, 2일 정부 고위당국자들은 일제히 "외환보유액은 전혀 부족하지 않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하지만 정부해명에도 불구, 외환보유액에 대한 시장불신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쟁점 1. 가용 외환보유액 얼마인가

가용(可用)은 말 그대로 '쓸 수 있다'는 뜻. 때문에 '급할 때 당장 쓸 수 있는 외환'이야말로 진짜 가용 외환보유액이다. 그런데 이 부분에 관한 당국과 시장의 시각이 엇갈린다.

한국은행은 이날 해명브리핑을 통해 보유액 2,400억달러 전부가 '가용'이라고 주장했다. 궁극적으로 쓸 수 있는 돈임은 물론, 당장 쓰는 데도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2001년부터 국제통화기금(IMF) 기준에 맞춰 '즉시 사용 가능하고 당국이 통제 가능한' 외환만 보유액으로 잡고 있다고 했다. 10년 전 환란 때처럼 한국은행이 시중은행에 예탁해 둔 탓에, 위기가 터져도 사실상 뺄 수 없는 '불가용' 외환은 없다는 것이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일각에선 유동외채(1년내 갚아야 할 외채)에 해당하는 규모를 빼면 외환보유액 가운데 여유분이 얼마 없다고 말한다"며 "하지만 은행들은 유동외채 뿐 아니라 유동자산도 갖고 있어 위기시 이를 통해 먼저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최후에 한은이 감당해야 할 응급자금 규모는 크게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은행권 한 외환담당자는 "지금이 심각한 위기 상황임을 감안해야 한다"며 "요즘 기업과 은행들이 연일 달러 구하기에 허덕이는 것은 조만간 들어올 달러대금조차 기다릴 여유가 없기 때문인데 며칠이건 몇 년이건 돈을 못 갚으면 파산이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유동외채나 외국인투자 회수가능성까지 계산에 넣는 것도 경상적자 누적이나 외국인의 주식매도세가 그만큼 심상치 않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쟁점 2. 적정 보유액은 얼마인가

기준이 천차만별이어서 누구도 딱 부러지게 얼마라고 얘기하지는 못한다. 당국도 그래서 주로 "충분하다"는 말로 표현하고 있다. 몇 달전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유동외채를 감안한 기준으로 "적정선은 2,100억달러 정도"라고 말한 게 거의 전부다.

한은 관계자는 이날 "요즘 시장에서 말하는 여유분 200억~800억 달러는 엄밀히 말해 최악의 경우를 맞아 보유액으로 민간의 빚을 다 갚고도 남는 '초과 보유액'으로 봐야 한다"며 자신감을 표시했다. 그는 "국제기구의 권고기준을 과도하게 넘어도 초과분을 유지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어 좋은 것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위기에 대비하는 비상금에 적정개념은 있을 수 없으며 지금 같은 상황에선 많을수록 좋다는 입장이다. 한 시장관계자는 "2,000억 달러가 언뜻 봐선 많아 보이지만 한번 외자가 빠져나가기 시작하면 며칠만에라도 고갈될 수 있는 금액"이라고 말했다.

쟁점 3. 국채, 묶일 수도 있는 돈인가

미국 국채 같은 최고 안전자산도 최악의 경우, 당장 현금화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당국은 '미국이 망하기 전에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요즘도 미 국채 가격은 계속 오르는 등 환금성이 가장 높은 게 현실"이라며 "시장에서 언제든 팔 수 있고 미국이 이를 막을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금융권 관계자는 "한ㆍ미간 외교 관계상 대규모 국채를 회수하려는 우리 정부의 움직임에 미국 정부가 보이지 않는 압력을 행사할 개연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설령 환금성 자체는 보장된다 해도 미 국채 매력이 떨어져 가격이 하락(국채금리 상승)할 수 있고, 대량매물이 나올 경우 헐값에 파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외환보유액은 상당한 손실이 불가피해진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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