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미 하원에서 부결됐던 구제금융법안이 1일(현지시간) 상원에서 일부 내용이 수정돼 통과됨으로써 위기의 한 고비를 넘겼다. 이제 미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구제금융 실시는 3일 표결이 예상되는 상원의 결정에 달렸다. 하원에서 통과된다면 법안은 이번 주 말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바로 발효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원의 수정안 통과는 찬성 74 반대 25라는 표차가 말해주듯 예상보다 수월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하원 표결 때와 마찬가지로 반대 의원 25명 중 공화당 소속이 15명으로 절반을 넘어(민주당 9명 무소속 1명) 법안에 대한 공화당의 반대심리가 여전함을 보여줬다.
상원의원인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와 존 매케인 후보는 모두 찬성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둘의 표정은 크게 달랐다. 표결 전 오바마 후보가 매케인 후보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네자 매케인 후보는 차가운 눈빛으로 일별한 뒤 짧게 악수하는 어색한 광경이 연출됐다. 토론 과정에서도 아무 발언을 하지 않는 매케인과 달리 오바마 후보는 “월스트리트의 위기만이 아닌 미국의 위기”라며 “법안은 유감스럽지만 필요한 것”이라며 가결을 독려했다.
어떤 내용이 달라졌나
상원 수정안은 지난달 말 여야 지도부가 합의한 기본 골격은 유지했다. 부실채권 매입을 위한 7,000억달러의 공적자금 투입, 자금의 단계별 집행, 구제금융을 받는 금융기관 경영진의 거액 보너스 제한 등의 핵심 조항은 변함이 없다. 달라진 것은 예금자들의 불안심리를 진정하기 위해 예금보호한도를 10만달러에서 25만달러로 한시적으로 확대하고, 메인 스트리트(실물경제)와 중산층을 위한 대대적인 세금혜택이 추가됐다는 점이다.
특히 세금감면을 위한 재원으로 1,080억달러를 계상하는 등 전체적으로 소요 재원이 1,500억달러 이상 추가돼 구제금융의 규모는 8,500억달러로 늘어났다. 만기 도래하지 않은 파생 상품의 시가평가를 유예토록 해 금융기관의 손실을 줄이고, 자금소통을 보다 원활히 하려고 한 점도 추가됐다. 지난달말 여야 지도부의 합의안에 이번 상원 수정안까지 덧붙여지면서 당초 헨리 폴슨 재무장관 등이 제안했던 3쪽짜리 구제금융안은 450쪽이 넘는 엄청난 분량으로 바뀌었다.
수정안의 하원 통과 가능성은
금융시장의 앞날을 결정할 열쇠는 다시 하원이 쥐게 됐다. 상원이 월스트리트만이 아닌 서민과 실물경제를 위한 대대적인 부양책을 제시해 지난번 하원 의원들의 집단 반발을 촉발시켰던 명분은 상당부분 제거됐다. 반대표를 던졌던 민주당의 존 야무스 의원은“새 제안은 받아들일만하다”고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공화당의 짐 램스태드 의원도 “예금보호 확대가 내 입장을 재고하게 했다”며 “추가된 3가지 주된 조항이 법안의 완성도를 높였다”며 찬성으로 돌아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반대입장도 적지 않았다. 조 바튼 의원(공화당)은 “상원이 하원에 보낸 법안은 내가 월요일 반대했던 것과 똑 같은 쌍둥이”라며 “새 법안이라 하지만 낡은 법안”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상원 수정안에 대한 민주당의 반발이 눈에 띄게 커졌다. 공화당이 지난 부결을 주도했던 것과는 다른 분위기이다. 정부의 재정적자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민주당 의원들은 수정안에서 대규모 세금감면 혜택으로 적자폭이 추가로 늘어난 것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논란의 불씨가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정부의 대규모 시장개입에서 재정적자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스테니 호이어 민주당 하원 대표는 “상원의 결정에 실망했다”며 “다른 곳에서 세금을 인상하든지 정부지출을 줄이는지 해서 세금감면에 따른 적자폭을 상쇄하지 않는다면 이 조항에 찬성할 수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워싱턴포스트는 “상원에서 4분의 3의 압도적인 차이로 통과된 법안을 세금혜택을 문제 삼아 거꾸로 찬성에서 반대로 돌아설 의원은 없을 것”이라는 민주당의 찬성파 의원들의 기대를 전했다. 그러나 우호적으로 바뀐 공화당과 달리 이번에는 민주당에서 이상기류가 생기면서 하원 통과를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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