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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을 막아라/ <중> 자살 부르는 인터넷 루머·악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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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을 막아라/ <중> 자살 부르는 인터넷 루머·악플

입력
2008.10.06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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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J씨는 최근 친구에게서 청천벽력 같은 얘기를 듣고 주저앉고 말았다. 당나귀 등 인터넷 P2P 사이트에서 '○○대 △△과 xxx 초강추'등 자신의 이름이 적힌 '야동'이 돌고 있다는 것이었다.

동영상엔 J씨가 나오지 않지만 제목에 J씨의 신상정보가 정확히 기재돼 마치 J씨의 '몰카'처럼 유포되고 있다는 것. J씨는 "주변의 이상한 시선 때문에 학교에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다"며 최근 경찰에 신고했다.

고등학교 1학년 김모양도 최근 친구들 사이에 퍼진 '인터넷 악담'에 "살기가 싫다"며 자포자기 상태다. 다른 친구가 싸이월드에 김양과 남자친구에 대한 성적인 험담을 랩 음악으로까지 만들어 올려놓은 것. 김양은 "미니홈피를 제발 없애달라"며 경찰에 하소연했다.

고 최진실씨의 자살에 한 원인이 된 악플, 괴소문 등 '인터넷 험담'이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위험 수위를 넘고 있다. 인터넷의 미니홈피, 블로그, 카페 등이 커뮤니티 형성의 주요 통로가 되다 보니 악소문이나 왕따 등의 파괴력도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인터넷을 통한 악플(악성 댓글), 헛소문 등 명예훼손 피해 사례는 갈수록 늘어 2006년 4,006건, 2007년 4,856건, 올해 8월 말까지 3,105건이 접수됐다.

개인 블로그나 미니홈피에 욕을 올려놨다는 신고에서부터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을 겨냥한 음해성 루머나 성적인 소문, 야동 제목에 이름이 도용됐다는 피해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같은 인터넷 험담이 청소년층에서 자주 이뤄지고, 상처도 청소년층이 더 치명적으로 입는다는 점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사례 중 청소년 사이에서 벌어지는 원한과 질투 등으로 인한 욕설과 헛소문을 막아달라는 내용이 많다"고 전했다.

특정 연예인을 겨냥해 만들어지던 안티 카페도 이젠 초ㆍ중학생들이 또래 친구를 놀리는 데 활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성신여대 채규만 심리학과 교수는 "사회적 평판에 민감한 연예인들처럼 정체성이 취약한 청소년들도 남의 평판에 예민하다"며 "인터넷 험담이 익명성에다 전파력이 강하고 말이 아닌 활자로 이뤄져 청소년들이 받는 상처도 더욱 크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이 인터넷 험담에 시달려 '왕따' 취급까지 받게 되면 성인보다 더 쉽게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 실제 지난해 한 TV 프로에 출연, 40kg 감량으로 화제를 모았던 한 여고생이 이후 모 스타와 사진을 찍었다는 이유로 각종 악성 댓글에 시달리다 자살했다.

2005년 고교생 신분으로 휴대폰 과장광고 집단소송을 주도했던 정주영씨도 최근 TV에 출연, "당시 '여드름 난 돼지'라는 악플에 시달리면서 피가 날 정도로 얼굴을 씻고 자살을 시도할 만큼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청소년 자살 시도율이 2005년 4.5%에서 2007년 5.5%로 증가하는 것도 이런 추세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채 교수는 "악플 등에 상처 받은 청소년들이 자신의 동조자를 찾지 못하면 위험한 선택을 할 수 있어 주위의 따뜻한 상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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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권가 사설정보지는/연예인 악성루머 공장…인터넷 타며 소문 '눈덩이'

"배우 A는 여자랑 잠자리 후 점수를 매겨주는 변태다." "배우 B는 고교 때 술집에 나갔는데 일본에서 '스폰서' 구해 확 떴다."

최근 인터넷에 떠도는 이른바 '연예인 X파일 2탄'의 일부다. 연예인 실명과 함께 각종 미확인 루머가 담긴 40쪽짜리 파일의 발원지는 속칭 '증권가 찌라시'(사설정보지). 고 최진실씨를 괴롭힌 사채업 괴담도 사설정보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증권가 찌라시는 시중자금이 증시로 유입된 1980년대 중반 처음 등장했다. 일명 '선수'로 불리는 기업체 정보 담당, 전직 국정원 직원, 국회의원 보좌관, 기자 등이 '첩보'의 1차 생산자. 이들은 정기 모임을 갖고 철저한 '주고 받기' 식으로 첩보를 거래한다.

이 과정에서 확대재생산 된 각종 루머가 '공장'(정보지 업체)을 거치며 한 달에 50만~200만원 하는 '유료 찌라시'로 정리된다.

애초 종이묶음으로 출발한 '찌라시'의 유통수단은 인터넷의 발달과 2005년 검찰의 대대적인 사설정보지 단속의 영향으로 이메일이나 메신저로 '진화'했다. 특히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단체발송 기능이 뛰어난 증권용 메신저(Stock Messenger)를 통해 순식간에 전파된다.

사설정보지에서 연예인 정보는 보통 '양념' 수준이지만, 경제 관련 뉴스가 드물 경우 면 메우기 용으로 '애용'된다. 실제 한 사설정보지는 최근 3회 연속 연예인 얘기로 도배했다.

모 대기업 정보담당자는 "연예인 X파일 같은 경우 고급 정보 라인보다는 매니저 등을 통해 나온 부실한 내용이 많다"며 "이미 나온 정보를 재편집하면서 '작문'하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정보들이 주식정보 사이트, 투자 카페, 포털 등으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카더라 소문'이 붙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도 한다. 찌라시의 유통구조를 잘 아는 여의도 증권맨들은 "연예인 사생활 정보는 재밋거리 정도로만 본다"고 말한다.

그러나 연예인의 선정적인 '뒷얘기'를 원하는 일부 네티즌의 손을 거치며 '사실보다 더 사실인 것처럼' 포장돼 일반인에게 유포되고 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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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실 괴담' 증권가 찌라시가 진원

고 최진실씨를 자살로 내몬 결정적 원인으로 꼽히는 '사채괴담'의 최초 진원지와 유포경로에 대해 경찰이 본격 수사에 나섰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5일 최씨의 사채업 연관설을 인터넷에 올려 불구속 입건된 증권사 여직원 A씨에게 관련 내용을 알려준 B씨를 소환 조사, 소문의 최초 진원지가 증권가 주변의 사설 정보지(일명 찌라시)이며 여러 사람을 거쳐 A씨에게 전달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경찰은 B씨에게 인터넷 메신저로 최씨 관련 소문을 알려준 C씨를 소환하는 한편 다른 경로를 통해 일부 실체가 파악된 증권가 주변의 사설 정보지 생산조직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경찰은 의혹을 조기에 해소하기 위해 7일께 소문의 진원지와 유포 경로에 대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와 함께 최씨의 자살 동기에 다른 변수가 개입됐을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라 사망 이전 한 달 가량의 통화기록 제출을 통신사에 요청했으며 이르면 6일부터 본격적인 분석작업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금융계좌 추적 등 '사채괴담'의 진위를 가리기 위한 수사로까지 확대하지 않겠다는 기존 방침은 거듭 재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자살 동기나 범죄행위와 관련된 단서가 하나라도 포착된다면 고려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단서가 전혀 없다"며 일부에서 제기된 계좌 추적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최씨가 남긴 개인적 메모에 따르면 최씨는 '사채 괴담이 터무니 없다'며 괴로워했다"며 "아무런 정황도 없이 수사를 해서는 안 되고 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양평 갑상공원에 안치

한편 최씨의 장례식이 4일 오전 7시30분 어머니 정모(60)씨와 동생 진영(37)씨, 전 남편 조성민씨 등 유가족과 이영자 홍진경 정선희 신애 등 동료 연예인이 애도하는 가운데 서울 삼성서울병원에서 치러졌다.

장례식 후 고인의 유해는 성남시 영생관리사업소로 운구돼 화장됐으며 이날 오후 1시 경기 양평 양수리 갑상공원에 안치됐다.

윤재웅 기자 juy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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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인노조 '루머피해 방지' 6일 긴급대책회의

탤런트, 가수 등 1만3,000여명의 대중문화예술인들로 구성된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조는 최진실씨의 죽음과 관련해 6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긴급 대책회의를 연다고 밝혔다.

문제갑 한예조 정책위원회 의장은 5일 "인터넷을 통해 번지는 악성 루머 및 악플 방지 대책, 관련 법안에 대한 대응 등을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 의장은 "악플로 인해 일반인도 많은 상처를 받는 등 사회적 피해가 커지고 있다"며 "특히 얼굴과 이름이 알려진 연예인의 피해가 크기 때문에 관련 보호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문 의장은 "포털사이트 등과 연계해 초기에 악플을 정화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 방안을 찾아보고, 한예조의 자체 인터넷 모니터링 활동도 강화해 악플을 관리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홍주 기자 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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