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미국 뉴욕타임스에 '부시의 부활(George Bush : The Comeback Kid)'이라는 제목의 칼럼이 실렸다. 부시 대통령은 '역대 최악'이라는 평판이지만, 퇴임 1년 안에 인기 있는 전직 대통령으로 국민 앞에 돌아올 것이라는 요지다. 글을 쓴 스탠리 피시는 플로리다 국제대 석좌교수에 UC 버클리 등 명문대에서 강의한다니 허황된 이는 아닌 듯하다.
그러나 네티즌 수백 명이 비난 댓글을 올렸다. "풍자로 읽겠다"는 논평은 점잖은 편이다. "잘못된 전쟁과 경제정책으로 나라를 망친 죄를 문책해야 한다"는 격한 반응이 대부분이다.
■'Comeback Kid'는 흔히 클린턴 전 대통령을 지칭한다. 섹스 스캔들로 권위가 추락했으나 국정에 전념, 퇴임 때는 레이건에 버금가는 신망을 되찾은 것을 상징한다. 각종 프로 스포츠에서는 예전의 뛰어난 기량과 인기를 회복한 선수에게 '올해의 재기선수상'(Comeback Player of the Year Award)을 준다. 박찬호가 아깝게 놓친 바로 그 상이다. 이렇게 보면, 부시가 퇴임 후 인기 있는 전직 대통령으로 부활해 국민 앞에 되돌아올 것이라는 예상은 언뜻 황당하다.
■그러나 피시 교수의 논리는 제법 그럴듯하다. 부시 대통령은 무엇하나 잘한 게 없어 공화당이 전당대회에서 이름을 거론하는 것조차 기피했을 정도이지만, 퇴임과 함께 부(負)의 유산은 후임자가 모두 짊어지게 된다. 그리고 자신은 부담 없이 국민 앞에 나타나 약간의 반성을 곁들여 업적을 자랑할 수 있다. 퇴임 대통령에게 더 이상 기대지 않는 국민도 재임 때보다 너그럽기 마련이다. 게다가 부시는 인간성 좋고 소탈한 데다 유머감각과 코미디언 자질까지 지녔다. 따라서 여느 실패한 대통령보다 '재활기간'이 짧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우연치 않게 우리 퇴임 대통령 3명이 나란히 뉴스에 등장했다. 잊을 만하면 후임자를 욕하던 YS는 이번에는 부친상을 당한 것이어서 논외다. DJ의 측근 박지원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2차 남북정상회담 지연을 비판, 주군의 업적을 새삼 돋보이게 했다. 여기까지는 좋은데, 애써 자중하던 노 전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작심하고 비판한 것은 아무래도 보기 민망하다. 피시 교수의 '풍자'가 시사하는 바를 차분히 헤아리면 좋겠다. 이 대통령에게는 이런 댓글이 도움될 만하다. "재난을 초래한 전임 대통령을 자주 거론할수록, 도리어 희생양 만들기로 비친다."
강병태 수석 논설위원 btkang@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