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건설 노동자로 일하던 암브로시오 카리요(37)는 최근 현금 600달러와 TV, DVD 플레이어와 트럭을 가지고 고향 과테말라로 돌아갔다. 미국의 경기 부진으로 일주일에 두세 번 파트타임으로 일하던 일자리마저 사라져 노는 날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5일 불법 이민자로 미국에서 일하다 고향으로 돌아간 카리요의 이야기를 통해 미국의 경기침체로 고국으로 귀환하는 불법 이민자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카리요의 고향 산 후안 알로테난고 마을은 2만여 주민 대부분이 미국에서 일하는 가족이 보내는 돈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주민들은 대부분 농업에 종사하는데 하루 평균 수입이 10달러 미만으로 가난하게 살아간다.
과테말라의 가장 큰 외화 획득 수단은 해외송금이다. 2007년 해외송금액이 41억2,000만달러로 커피와 소금 수출액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과테말라의 중앙아메리카사회개발연구소에 따르면 과테말라 총 인구의 10%에 달하는 135만명이 미국에 거주하며 과테말라 인구 중 350만명은 이들의 송금에 의지해 살아간다.
볼티모어에 2004년 정착한 카리요는 시간당 9달러를 받으며 공사장 일용직으로 일했다. 80달러를 주고 가짜 사회보장번호를 받은 그는 워싱턴에 건설붐이 일자 어렵지 않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 영어와 타일 붙이기 실력이 늘자 시급도 9달러에서 12달러로 오르고 가족에게도 매주 200달러 정도를 송금할 수 있었다.
열심히 일한 덕분에 미국 정착 2년 후에는 2,000달러짜리 중형 픽업 트럭까지 구입할 수 있었다. 고향의 가족도 보다 윤택한 삶을 살 수 있었다. 이들의 식탁에는 종종 고기가 올랐으며 딸과 아들을 학교에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2007년이 되면서 불행이 닥쳐오기 시작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금융위기가 가속화하고 의회의 이민법안 처리가 무산되면서 불법 이민자 단속이 강화됐다. 지난해 여름 카리요와 동료들은 그들의 사회보장번호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는다는 통지서를 받고 직장에서 쫓겨났다. 다른 직장을 찾았지만 “사회보장번호가 없으면 고용할 수 없다”는 말만 들었다.
2007년 겨울부터 그는 가족에게 송금을 할 수 없었고 가족도 옷을 사거나 고기를 먹을 수 없게 됐다. 카리요는 결국 고향으로 돌아가 트럭으로 운반업을 시작했다.
워싱턴의 싱크탱크 퓨히스패닉센터는 2일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불법 이민자가 작년보다 50만명 감소한 1,190만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퓨히스패닉센터는 또 올해 미국으로 들어온 멕시코 출신의 불법 이민자는 2005년에 비해 25% 감소한 35만명에 이르며 다른 중미 국가들도 절반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불법이민자의 감소 이유를 따로 밝히지 않았지만 다른 연구자들은 미국의 경기침체와 이민단속 강화를 원인으로 분석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불법 이민자는 전체 이민자의 30%를 차지하고 있으며 5분의 4가 남미 출신이다.
차예지 기자 nextw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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