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나서서 먹거리 공포를 조장하는 나라에서 앞으로 어떻게 식품업을 영위할 것인가 생각하면 눈앞이 아득하다."
분유 첨가제인 뉴질랜드산 우유단백질 락토페린에서도 멜라민이 검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1일 자정께, 전화를 받은 관련업체 고위임원의 목소리는 착잡했다.
식약청이 정식발표에 앞서 언론에 흘린 정보는 청정지역의 대명사인 뉴질랜드산 분유 첨가제에서 멜라민이 검출됐고, 국내 유명 분유업체들이 이 원료를 사용해왔다는 것이다. 액면 그대로라면 분유업계가 금지옥엽 같은 우리 아기들의 건강을 담보로 잇속을 차린 것이다. 자정이 넘도록 분유업계 임직원들은 폭주하는 확인전화와 항의메일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나 다음날인 2일 식약청과 농림식품부는 분유업계의 불안초조를 비웃기라도 하듯 "국산 분유에서는 멜라민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뉴질랜드산 락토페린의 멜라민 검출 수치가 미량인데다 락포페린 자체의 분유 함유량도 0.05%에 불과해 완제품 분유에는 멜라민 위험이 없다고 결론내린 것이다. 식약청이 국내 분유업체들의 분유첨가제 원료를 긴급 수거해 분석하는 단서를 제공했던 뉴질랜드 낙농업체의 락토페린 멜라민 검출건이 뉴질랜드 식품안전국의 조사 결과, 안전한 수준으로 판명되면서 해외 수출이 재개된 것이 전 날 서슬퍼렇던 식약청의 기세를 한 풀 꺾은 것으로 보인다.
식품안전 주무관청의 말 한마디에 하룻밤 사이 천국과 지옥을 오간 분유업계는 허탈한 표정이다. 앞서의 유관업계 임원은 "국내는 멜라민 허용기준치가 없지만 식약청 홈페이지만 봐도 멜라민의 국제적 허용치며 미국 FDA와 EU가 정한 일일허용섭취량(DTI) 등이 올려져있다. 식약청이 '멜라민 분유'가 우리사회에 미칠 파장을 감안, 자체 홈페이지만 충실히 참고했어도 무의미한 수치와 성급한 발표로 전국의 부모와 유관산업계를 혼돈에 빠뜨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성희 경제산업부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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