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VK를 압수수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또 하나의 참여정부 사정 수사가 막을 올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관측의 중심에는 역시 핵심 ‘386’ 학생운동가였던 이철상(41) 전 VK 대표가 있다.
이 전 대표의 학생운동 이력은 화려하다. 서울대 경제학과 87학번인 이 전 대표는 1991년 ‘분신정국’ 과정에서 서울대 총학생회장과 전대협 의장 권한대행으로 활동했고 이후 수배 생활을 하면서도 전대협의 후신인 한총련 집행위원장을 맡는 등 학생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당시 그는 ‘지존 철상’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던 그가 97년 돌연 기업인으로 변신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바이어블 코리아라는 휴대폰 배터리 생산업체를 설립해 사업감각을 조율한 이 전 대표는 2001년 휴대폰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2002년 중국 휴대폰업체를 인수하면서 사명을 VK로 바꿨고 2002~2004년에 5,000만불 수출탑, 1억불 수출탑, 3억불 수출탑을 잇따라 수상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2005년 노키아, 모토로라가 저가 휴대폰 시장에 뛰어들고 환율하락과 내수침체가 겹치면서 VK는 급격히 기울기 시작했다. 그 해 64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VK는 이듬해 7월 17억여원의 어음을 막지 못해 최종 부도처리됐다. 현재 이 전 대표는 VK의 법정관리인 직책을 맡아 회생에 안간힘을 기울이는 한편, 또 다른 상장사인 네오웨이브에 직ㆍ간접적으로 관여하면서 재기를 노리고 있다.
VK에 대한 대전지검 특수부의 압수수색은 이 전 대표의 재기 노력에 상당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부도 직전 VK가 진행한 유상증자 배경 등을 우선 수사할 예정이지만, 이 전 대표의 전력 등을 감안할 때 결국 참여정부 실세들이 최종 표적이 될 것이라는 게 검찰 안팎의 관측이다.
이 전 대표는 함께 학생운동을 했던 전대협 출신의 386 정치인들 뿐 아니라 재야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과도 폭 넓은 친분을 맺어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전 대표 본인이 2000년 16대 총선에서 당시 여당이던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서울 관악구에 출마를 준비하기도 했다. 이동통신업계에서는 옛 여권 정치인들이 이 전 대표에게 자주 도움을 요청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현재 검찰이 전방위적인 참여정부 사정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점도 이번 수사의 성격을 가늠케 한다. 검찰 관계자도 VK 수사의 정치권 확대 가능성에 대해 “수사를 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그러나, 수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동통신업계에서는 VK 부도 이후 서울중앙지검과 수원지검 등이 이 전 대표에 대해 몇 차례 내사를 벌였으나 별다른 범죄 정황을 찾아내지 못했다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때문에 이번 수사도 경과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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