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시월의 첫날이다. 수확의 계절이라는데, 농사꾼도 아니고 특별히 수확할 것도 없이, 뭘 시작도 못 했는데 벌써 막판에 다다른 듯 막막하다. 농사꾼인 아버지는 더더욱 막막하겠다. 아버지의 자랑이었던 소들의 몸값은 내내 쭉 빠지기만 했다. 그리고 벼를 수확해봐야 농약값이나 건지실는지. 농부들의 원성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원성은 더욱 높아만 갈 것이다.
양극화라고들 하는데, 그 말은 실감이 덜 난다. 중산층이 시나브로 무너져, 2대 8이 아니라 2대 6으로 치닫고 있으며, 나머지 2는 빈민이 되어가고 있다. 상류층 2를 제외하고는, 수확의 계절이라는 말이 어이없는 사람 뺨 때리는 소리처럼 들리지 않을까? 책을 그렇게들 안 읽는데 가을 되었다고 불경기에 새삼스레 책을 찾을 것 같지도 않으니, 독서의 계절이란 말도 수명을 다한 듯싶다.
천고마비는 어떤가? 하늘은 공기오염으로 늘 우중충하고 살찐 말도 살찐 사람도 찾아보기 어려우니 이 역시 구시대의 유물 같은 소리겠다. 그러나 바야흐로 가을이다. 시월은 스산한 느낌을 주지만 가을은 유쾌한 느낌을 준다. 막판 역전이나 만회를 꿈꾸며 힘차게 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시월의 첫날을 국군의 날로 만들어놓은 걸까? 군인정신으로 힘차게 새출발하자고?
소설가 김종광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저작권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