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1일 "10ㆍ4남북정상선언은 버림받은 선언"이라고 주장하는 등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열린 '10ㆍ4남북정상선언 1주년 기념식'에 참석, '대북 정책,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제의 강연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이 CEO 출신임을 빗대 "회사 최고경영자(CEO)는 전임 사장이 계약하면 후임 사장으로서 이행할 줄 알았는데 국가 CEO는 이행하지 않아도 되는 줄 미처 몰랐다"고 간접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10ㆍ4선언 1주년을 맞은 소회로 "1년쯤 지나면 잎이 더 피고 가지와 열매가 무성하길 바랐는데 나무가 말라 비틀어지고 있다"고 비유,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물을 주고 볕이 좋으면 뿌리가 왕성하게 뻗어 내년 봄이라도 새싹이 힘차게 돋아날지 알 수 없다"고 기대를 드러내기도 했다.
현 정부의 국정운영 이념인 실용주의도 비판했다. 노 전 대통령은 "대북 정책에서 실용주의의 반대말이 무엇이냐"면서 "연방제 말만 나오면 시비를 걸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인품을 묻고, 6ㆍ25전쟁의 성격에 대한 시비를 거는 자세가 실용주의냐"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북한 권력의 붕괴를 통한 흡수통일론 ▦북한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 국가보안법 ▦북한을 자극해 남북 신뢰를 흔들 수 있는 한미 동맹의 지나친 과시 등 대북 정책에 대한 근본적 사고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현 세계 금융 위기와 관련, "위기를 초래한 정치 사상과 이론을 뜯어 고치면서 고비를 넘겼으면 좋겠다"며 "함께 지혜를 모아 위기를 넘기자"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2월 퇴임 이후 첫 공식 강연임을 감안한 듯 비판 수위를 일부 조절하기도 했다. 강연에 앞서 배포된 연설문에는 "(현 정부가) 대북 관계 복원을 위해 허겁지겁 이런저런 제안을 하는 모습이 초조해 보인다. 그야말로 자존심 상하게 퍼주고 끌려 다니는 모습을 보여 줄까 걱정된다"는 부분이 있었으나 강연에서는 이 같은 언급을 뺐다.
이날 행사에는 정세균 민주당, 강기갑 민주노동당,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와 10ㆍ4남북정상회담 공식 수행인사 등 총 400여명이 참석했다.
특히 이해찬 전 총리, 문재인 전 비서실장, 민주당 안희정 최고위원 등 친노 인사들도 대거 참석해 친노 진영의 단합대회를 보는 듯 했다. 노 전 대통령은 2일 10ㆍ4선언 1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에 참석, 격려사를 한 뒤 김해 봉하마을로 내려갈 예정이다.
김회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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