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만 해도 안과의 가장 흔한 질환은 결막염이었다. 그 당시에는 안구건조증(건성안)은 중년이 넘은 여성에게나 생기는 눈병 정도로 알았다.
과거에 흔하던 결막염 환자 중에는 안구건조증이 일차적 원인이 되었던 경우가 있었겠지만, 당시 안과의사들은 안구건조증보다 만성 결막염에 관심이 많았다.
결막염 중에는 급성으로 생기면서 누런 분비물과 눈 충혈이 심한 세균 결막염, 눈물이 많이 나오고 이물감이 심한 바이러스 결막염, 결막 출혈이 동반되는 아폴로 눈병, 가렵고 실 같은 눈곱이 생기는 알레르기성 결막염 등이 대표적이다. 1960년 초반 필자가 안과 초년생일 때에도 제일 흔한 눈 질환이 바로 급성 결막염이나 만성 결막염 환자였다.
당시에는 건강보험이 없어 제품화된 안약도 나오지 않았고, 병ㆍ의원에서 안과의사나 약사가 임의로 조제한 0.5% 클로로마이신 항생제 안약, 0.5% 코티손 안약 등을 30㎖의 큰 안약 병에 넣어 오래도록 사용했다.
그래서 안과 외래의 치료용 안약 자체가 흔히 병원균 온상이 돼 안과 외래를 찾는 많은 환자가 눈 치료 후 접촉성 유행성 각ㆍ결막염 바이러스의 원내(院內) 감염 피해자가 되기도 했다.
이런 문제가 한국만이 아니고 국제적으로 벌어지자 안약 병이 30~50㎖의 큰 것에서 오늘 날 사용하는 5㎖의 작은 안약 병으로 점차 바뀌었고, 원내 감염도 어느 정도 예방됐다. 오늘날 5㎖ 이하로 안약 병이 작아진 것은 이런 연유다. 이런 사정을 모르는 환자들은 안약을 너무 적게 준다고 불평하기도 한다.
1990년 후반부터 만성 결막염이 점점 줄어들고, 안구건조증이 점점 늘어났다. 이는 팔려나간 인공 눈물 안약의 양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1997년에 인공 눈물 안약 판매액이 37억원에 불과했지만 매년 급신장해 10년이 지난 2007년에는 매출액이 18배 이상인 673억원이나 돼 안약제품의 선두주자가 됐다.
왜 인공 눈물 안약만 10년 사이에 독보적으로 급신장했을까? 필자 생각으로는 건강보험 확대로 의원이 안약 조제를 할 수 없게 되는 대신 제약사 제품의 안약만 인정되면서 많이 보급됐고, 환경오염에 무방비로 노출된 눈이 타격을 받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또 안구건조증을 유발하는 약(고혈압, 당뇨, 심장질환, 우울증 등의 치료제) 복용의 증가 등으로 인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이밖에 제약사들의 인공 눈물 안약 판촉으로 일반인의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오늘날 제일 많이 팔리는 안약이 인공 눈물 안약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조만간 인공 눈물 안약 판매액수가 한해 1,000억원이 넘을 것이다. 인공 눈물은 이런 거대 안약 시장의 선두주자 자리를 계속 유지할 것이 확실하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중년 남자에게 잘 생기는 눈병으로는 삼출성 중심 망막염이라는 데는 예나 지금이나 같지만, 중년기 부인에게만 특히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았던 안구건조증이 이제 남녀노소 가릴 것 없어 모든 사람의 눈병이 됐다.
5년 전 필자가 눈물막 파괴시간 측정법으로 조사한 바로는 한국 성인 10명중 9명이 안구건조증일 정도로 국민병이 된지 오래다. 그래서 인공 눈물 안약은 누구나 호주머니, 핸드백 속에 항상 지참하는 필수품이 됐을 정도다. 하지만 안구건조증도 심하면 각막 손상까지 진행돼 실명할 수도 있다는 사실도 알아두자.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
김재호 명동안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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