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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낯설게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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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낯설게 하기

입력
2008.10.02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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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은 '낯설게 하기'라는 문학적 수법이 일상적으로 펼쳐지는 곳이다. 가족끼리 사회동료끼리 유유상종으로 익숙한 공간과 상황 속에서 지내던 사람들은, 지하철에 타는 순간 낯설게 하기 극장에 들어선 것이나 마찬가지다. 서로 다른 목적이나 이유를 가진 수많은 남녀노소가, 한 공간에서 마주보고 있으면서도 소통하지 않아도 된다. 아니 소통을 거부하는 태도로 있어야 한다.

오히려 사람이 아닌 책이나 신문이나 휴대폰 같은 사물이나, 잠과 소통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런 것 자체가 사람은 모이면 교류하고 소통한다는 고정관념을 파괴하는 낯설게 하기인지도 모른다. 노약자 석에 젊은이가 태연히 앉아있는 것, 주위 사람 아랑곳없이 욕설이 반인 대화나 통화를 하는 모습, 혼자서 몇 자리를 차지하는 자태, 종교인과 상인과 구걸인의 퍼포먼스 등은, 일상적으로 목격하는 바인 데도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 대표적인 낯설게 하기들이다.

문틈에 머리카락 옷 가방끈 같은 것이 낀다든가, 몸싸움이 벌어진다든가, 누가 꺼이꺼이 운다든가, 토를 한다든가, 소매치기나 성추행 등은 충격의 강도가 높은 낯설게 하기다. 어쩌면 가장 낯선 것은, 아무리 지하철을 오래 타고 다녀도 탈 때마다 낯설게 느낀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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