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초기부터 혈당을 적극 관리하는 '조기 인슐린 요법'이 각광을 받고 있다. 이는 먹는 혈당강하제만으로 혈당을 관리하는데 한계가 있고, 인슐린을 조기에 투여하면 췌장도 보호하고 합병증 예방에도 좋다는 게 속속 입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ㆍ유럽당뇨병학회(ADAㆍEASD)는 2006년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치료 가이드라인'을 통해 조기 인슐린 요법을 권장했다.
대한당뇨병학회도 지난해 당화혈색소(HbA1cㆍ적혈구의 혈색소인 헤모글로빈에 포도당이 붙은 상태) 수치가 7% 이상일 경우 조기 인슐린 요법을 쓰도록 권장했다.
지금까지는 먹는 혈당강하제로 먼저 혈당을 조절하다가 마지막에 그것이 어려우면 인슐린 치료를 시작하는 '보수적 치료법'이 널리 쓰였다.
■ 인슐린 치료 15%에 그쳐
우리나라의 당뇨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률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1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슐린 치료를 받는 당뇨병 환자는 15%에 불과하다. 반면 치료받고 있는 전세계 당뇨병 환자의 40% 이상이 인슐린 치료를 택하고 있다.
우리 당뇨병 환자가 인슐린 치료를 기피하는 것은 인슐린 주사를 맞을 만큼 심하지 않다고 생각하거나, 먹는 혈당강하제만으로도 평생 혈당을 관리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덧붙여, 하루 3~4차례 주사 맞는 것이 번거롭다거나 평생 맞아야 한다는 등 인슐린 치료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치료를 기피하고 있다.
■ 초기부터 인슐린 요법을
대체로 당뇨병이 5~10년 정도 진행된 다음에야 병 진단을 받는다. 하지만 이 때에는 이미 췌장의 인슐린 분비 기능이 상당히 떨어져 먹는 혈당강하제 만으로는 혈당관리가 어렵다.
미국당뇨병학회는 먹는 혈당강하제를 복용하는 당뇨병 환자의 60%가 혈당 조절에 실패했다는 연구결과를 밝혔다. 또한 미국 내분비과학회지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초기 당뇨병부터 인슐린을 투여하면 혈당강하제만 먹을 때보다 혈당관리가 더 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초기 당뇨병부터 적극적으로 인슐린을 투여해 정상 혈당치를 빨리 달성함으로써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을 보호하고 효과적으로 합병증을 예방한다는 임상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ㆍ유럽 당뇨병학회는 2006년 조기 인슐린 치료를 권장하는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치료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전에는 먹는 혈당강하제 단일 복용에서 여러 약을 같이 먹는 병합요법까지 모두 사용한 뒤에도 목표 혈당치에 도달하지 못하면 마지막으로 인슐린을 쓰도록 권장했다.
새 치료법은 1단계로 생활습관 교정과 함께 먹는 혈당강하제(메트포르민)를 복용해 3개월 뒤에 당화혈색소가 7% 이하로 조절이 안 되면 2단계로 란투스와 같은 기저 인슐린(하루 한 번으로 24시간 혈당을 유지하게 하는 인슐린)이나 설포닐우레아계열 약(아마릴, 글루코트롤 등), 치아졸리딘디온계열 약(아반디아, 액토스 등)을 추가로 먹도록 권하고 있다.
특히 당화혈색소가 8.5% 이상인 고혈당 당뇨병 환자는 혈당을 신속히 낮추기 위해 즉시 기저 인슐린 사용을 적극 권했다.
최근에는 미국ㆍ유럽당뇨병학회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더 적극적인 인슐린 치료법이 권장되고 있다. 먹는 혈당강하제 치료 단계부터 기저 인슐린을 추가하거나, 이런 방법으로도 당화혈색소가 7% 이내로 내려가지 않으면 식사 전에 인슐린을 추가로 투여하고 있다.
이 같은 '식전 인슐린 추가요법'은 기저 인슐린에다 하루 중 가장 식사를 많이 할 때나, 식사 때마다 초속효성 인슐린(애피드라)을 추가로 투여하는 방법이다.
이런 적극적인 인슐린 치료법을 쓰면 췌장의 베타세포 기능 저하를 늦출 수 있고 합병증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미국당뇨병학회가 발행하는 '당뇨병 관리(Diabetes Care)'지에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 기저 인슐린(란투스)과 초속효성 인슐린(애피드라)을 병용 투여한 결과, 식후 혈당이 잘 조절되고 당화혈색소 수치도 낮아졌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최근에는 더 편리한 인슐린 펜(pen)이 개발되고, 하루 한 번 투여로 24시간 혈당이 조절되는 인슐린이 나오면서 당뇨병 환자의 인슐린 치료가 더욱 쉬워졌다. 과거에는 환자가 인슐린이 든 바이알(작은 유리병)을 휴대했다가 하루 서너 차례 주사기로 직접 인슐린을 빼내 몸에 투여해야 했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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