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 여파에 구제금융법안마저 부결됨에 따라 국내 금융권 '돈 가뭄'도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달러 유동성압박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고, 증권사들은 원화자금 확보에도 팔을 걷어 붙이는 모습이다. 이제 관건은 기업자금난으로 확산될지 여부다.
30일 금융기관간 하루짜리 초단기 외화자금거래인 오버나이트 금리는 10%대로 급등했다. 국내 은행들은 월말이자 분기말을 맞아 미리 준비를 해 왔던 만큼 외화유동성을 맞추는데 큰 무리는 없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분위기가 이어지면 당장 다음달부터는 달러확보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 시중은행 자금부장은 "구제금융안이 통과돼도 신용경색을 완화하는데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는데 통과가 안됐을 뿐더러 수정된 안건도 어떻게 될지 모르니 불확실성만 커졌다"며 "단기자금 시장이 안정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은행 자금 담당자도 "이번 달은 넘겼지만 이제 연말까지 어떻게 버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원화 유동성에는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중소기업 등에 대한 대출 조건 강화도 건전성 강화 차원일 뿐 유동성 문제와는 별개라는 반응이었다.
최근 유동성 관련 우려가 부각된 증권사들은 "최악의 상황은 넘겼다"면서 "자금 조달에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환매조건부채권(RP)으로 운용하는 CMA에 높은 이자를 주며 공격적 마케팅을 했던 증권사의 경우 최근 채권금리급등으로 인한 상당한 손실이 우려된다는 반응이었다.
증권사들은 리먼 사태 이후로 콜 자금 등 하루짜리 자금을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단기차입금을 늘려 왔다. 신영증권은 29일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자기자본의 31%에 해당하는 2,000억원을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했다고 공시했다.
단기차입금이 전혀 없던 대신증권 역시 16일 일반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자기자본의 5.78%에 해당하는 1,000억원을 금융기관으로부터 1년간 차입했다고 공시했다. 삼성증권도 이달 초 단기차입금 한도를 5,865억원으로 늘렸다. 한편 증권금융은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단기 콜자금 차입에 곤란을 겪고 있는 증권사들에 자금을 공급하고자 2조원의 추가 자금을 마련키로 하는 등 지원에 나섰다.
증권사의 유동성 우려는 회사채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리먼 사태 이후 자금 부담으로 회사채 총액인수에 나서는 증권사가 극히 드물어졌기 때문이다. 30일에는 50억원 이상의 회사채 매수매도 호가가 단 한 건도 없었을 정도로 회사채 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전날엔 금호산업 채권 10억원어치가 무려 18%라는 고금리에 힘겹게 체결됐다. 글로벌 신용경색의 여파가 금융권 유동성을 위축시키고, 결국 기업자금난으로까지 번질까 우려된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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