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에는 어김없이 "이제 김수현도 한물갔다"는 말을 한다. <완전한 사랑> (2003년)과 <부모님 전상서> (2005년) 때도 그랬고, 20년 만의 리메이크였던 <사랑과 야망> (2006년) 때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니면 지난해 <내 남자의 여자> 를 보았을 때처럼 "또 그 놈의 불륜"이라고 매도해 버린다. 김수현씨의 표현을 빌면 "성마르고 경박한" 그러한 태도는 일종의 열등감과 시기심이다. 그도 이제는 통하지 않았으면 하는 은근한 바람까지 깔려 있다. 내> 사랑과> 부모님> 완전한>
▦그 '반란'의 욕망은 늘 패배했다. 42.7%의 최고시청률을 기록하며 지난 달 끝난 <엄마가 뿔났다> 도 그랬다. 김수현씨가 좋아하는 대가족 중심의 <목욕탕 집 남자들> 이나 <부모님 전상서> 와 겉 모습이 달라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의 단골손님(연기자)들이 의상과 배역만 바꿔 다시 만들어내는 또 하나의 '가족 드라마'라고 지레짐작했었다. 그런 선입견을 가진 순간 승부는 결정돼 있었다. <내 남자의 여자> 처럼 제목 속의 '엄마'에 숨은 대상과 시점에 대한 변화를 무시했으니 막판에 깜짝 놀라면서, 늙은 엄마(김혜자)의 반란(가출)과 자기정체성 찾기에 홀린 듯 빠져든 것은 당연했다. 이게 바로 김수현 드라마다. 내> 부모님> 목욕탕> 엄마가>
▦그는 드라마에 아버지가 나오면 대본을 쓰면서 자신이 먼저 아버지처럼 말하고 행동한다. 그러면 말투도 절로 나온다고 한다. 날카로운 감정과 생각, 언어의 마술사다운 빼어난 대사 역시 여기에서 나온다. <내 남자의 여자> 에서 화영(김희애)의 집착, <엄마가 뿔났다> 에서 한자(김혜자)의 반란이 시청자들의 가슴에 깊숙이 닿는 이유다. 그러니 당연히 '김수현 사단' 소리 들으면서까지 그것을 제대로 표현하는 연기자들을 단골로 쓸 수 밖에. 드라마마다 연기자 자신의 본래 모습을 보는 듯한 자연스러운 명연기가 나오는 것도 우연일 수 없다. 엄마가> 내>
▦1968년 라디오드라마 <저 눈밭에 사슴이> 에서 <엄마가 뿔났다> 까지, 그렇게 그는 40년 동안 '시청률 1위' 드라마들을 써왔다. 비결을 물은 적이 있었다. 타고난 재능, 책 읽기, 세상과 함께 하는 마음이란다. "제대로 보면 예나 지금이나 드라마의 성격에 따라 느낌과 분위기가 다르다는 것을 알 것이다. 나도, 내 드라마도 늘 세상 속에 있다"고 했다. 그가 '서울드라마페스티벌 2008'의 올해 '대한민국 대표작가'로 뽑혔다. 당연하다. 그를 빼고 한국드라마를 이야기 할 수 없을 것이다. 과거에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엄마가> 저>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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