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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기수 고려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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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기수 고려대 총장

입력
2008.10.01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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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수 고려대 총장을 언급하면 2명의 인물이 떠올려진다. 이명박 대통령과 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이다. 모두 고려대 동문으로 친분이 남다르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더 큰 이유는 비슷한 업무 스타일 때문이다.

추진력을 동반한 보스 기질이 이들의 전매 특허나 마찬가지다. 1일로 취임 9개월을 맞은 이 총장은 "어 선배(어 전 총장을 지칭)를 뛰어 넘을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외형 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세계 수준의 대학을 만드는 글로벌 대학육성이 그가 세운 목표다. 그러면서 이 총장은 "전체 대학의 90%에 육박할 정도로 고등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사립대에 대한 정부 지원이 대폭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립대 재정난이 해결되지 않는 한 글로벌 대학 진입에 한계가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대담=김진각 사회부 차장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새로운 교육정책들이 논란의 한 가운데에 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가장 중요하게 내세운 부분이 경쟁과 효율성이다. 이런 경쟁과 효율성이 가장 활용돼야 하는 부분이 바로 교육 분야라고 생각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입시 자율권을 보장하는 정책은 괜찮다고 본다. 대학은 자율성이 확보돼야만 제기능을 할 수 있다. 대학 자율이 입시 자율을 낳기 마련이다."

-입시자율화 측면에서 대입 3불(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금지) 정책에 대한 입장은.

"당연히 폐지돼야 한다고 본다. 지난 10년은 평등으로 국정을 운영해왔지만 솔직히 '빈익빈, 부익부'만 더 가속화 된 것 아닌가. 이건희 전 삼성 회장도 말했던 것 처럼 10만명을 먹여살릴 1명의 인재를 키우는 일을 대학이 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대학이 입시 자율권을 행사하는 것과 고교 평가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기부금 역시 마찬가지다.

국민의 기본권 중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교육을 받을 권리인데, 전체 대학의 85%에 달하는 사립대가 그것을 책임지고 있다. 일본의 경우 정부가 사립대 교수 임금의 3분의 1은 지원해준다.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고 지원은 적은 상황에서 사립대가 재정적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현행 체제라면 재정 타개책으로는 기부금 밖에 없다."

-일본 정부의 사립대 교수 지원을 언급했는데, 사립대가 국가에서 교수 인건비를 지원받는다면 통제의 명분이 더욱 강해지는 것 아닌가.

"사립대 교수도 준 국가교육공무원이다. 지금도 쥐꼬리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통제는 훨씬 강하다. 고려대의 경우 지난해 입시에서 고교 내신반영 비율이 낮다는 이유로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정원 160명을 감축하도록 했다. 국립대에 비해 통제는 더 하면서 혜택은 하나도 없다.

국민 기본권 중 하나인 교육을 받을 권리를 확보한다는 측면에서도 사립대 지원이 지금보다 확대돼야 한다. 최근 이공계열 학과 실험에 필요한 기자재를 하나 바꾸는데 100억원이 들었다. 이공계열 학과나 의과대 기자재 정도는 국가가 사립대에 지원해줘야 마땅하다. 지원 없는 정부 간섭에는 반대한다."

-국내 대학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몇 년 전 고려대가 영국의 더 타임스 평가에서 60위 권에 든 적이 있었고, 서울대 연세대 등 몇몇 대학도 충분히 100위권에 들어갈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본다. 문제는 지속적으로 100위권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비영어권 국가라는 점도 있지만, 예산 부족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 예산이 부족하다 보니 교수 대 학생비율, 장학금 비율, 교육 여건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 대학들과 경쟁이 어렵다. 단적으로 말해 세계 50위권 대학의 예산을 쓸 수 있다면 단번에 50위권 진입도 가능하다."

-최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201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 과목을 1개 줄이겠다고 발표한 이후 수능 과목 축소에 대해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대학에 학생 선발 자율권을 부여한다면, 대학 또한 가장 우수한 학생을 뽑을 수 있는 선발 방식을 마련하는 것은 당연하다. 총장 취임 후 원칙적으로 올해 말까지 어떤 방식이 됐든 최우수 학생 선발 방식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고려대는 다양한 전형 요소를 반영해 학생들을 뽑기 때문에 수능 응시과목 축소가 우수 학생 선발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대학 입장에서 수험생들을 변별하는데 필요없는 과목을 과연 어느 정도 없애느냐 하는 부분이 더 중요한 것 아닌가."

-고려대의 경우 내신 반영 비율이 서울대에 비해 크지 않다 보니 외국어고나 서울 강남 출신 학생들이 많이 입학하고 있다. 비외고, 비강남 출신을 배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

"수시 모집에서 농어촌 자녀나 국가유공자 자녀 특별전형을 고려대가 처음 시행했다. 수시모집을 확대해 소외계층 자녀들이 보다 많이 입학할 수 있는 형평성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글로벌 대학 추진 성과는.

"취임 후 세계 29개 대학을 직접 방문했다. 영국 옥스퍼드대와 런던 정경대, 미국 조지워싱턴대를 비롯한 50여 개 대학과는 새롭게 교류협정을 체결하거나 관련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6월 유럽을 방문했을 때 독일의 튀빙겐대와 교류협정을 체결했고, 지난달에는 일본을 찾아 유명 사립대 한 곳과 학생교류협정과 양해각서(MOU)를 동시에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도쿄(東京)대도 그동안 1명만 교류했는데 5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해외 분교를 설치하는 등의 글로벌화를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은 다언어 다민족의 국제화 사회에서 학생들이 살아갈 수 있게끔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제경쟁력 있는 '명품 인재'로 키워야한다. 5월 5일 개교 기념일에 학부모와 대화하면서 '4년만에 졸업하기를 기대하지 말라. 5년은 필수고 6년은 선택이다'고 당부했다.

외국 나가서 국제 NGO등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교환학생도 열심히 지원하겠다는 의미도 담았다. 지식기반 사회에서는 우선 자기 전공분야에서 확실한 실력을 갖춰야 한다. 또 국제화된 사회에서 살아가려면 영어는 필수다.

유럽 언어 1개, 중국어나 일본어 1개 정도는 익혀야 한다. 올해 1,500명 가량의 학생들이 외국 교환학생으로 나가는데, 앞으로 재학생 전원이 1년 정도는 외국에 나가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짧은 기간에 학교를 외형적으로 키운 어윤대 전 총장과 색깔이 비슷하면서도 다르다는 의견이 있다.

"어 선배가 하신 일은 기본적으로 모두 다 공감한다. 영어강의 비율은 내년에 전체 강의의 50%를 넘어설 것이다. 모든 학생이 영어와 제2외국어 뿐만 아니라 제3외국어도 가능하도록 국제화를 적극 추진하겠다.

다만 어 전 총장의 캐치프레이즈가 '글로벌 프라이드'였다면 나는 '민족혼과 개척정신을 담은 세계선도대학'이다. 아무리 진취적인 정신이라도 법고창신(法古創新.옛 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이 기본적으로 밑바탕이 돼야 한다."

-취업난이 심각하다 보니 대학을 취업으로 가는 길목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글로벌 교육을 강조하다보니 인성교육이 등한시되기 십상이다. 이를 감안해 이번 학기부터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인간학' 강좌를 연다. 성공한 인사들이 강사로 참여해 인성이 사회 생활에 왜 중요한지를 강의토록 할 계획이다.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인성교육과 인간학을 중점적으로 가르치는 교양과목을 내년에 신설할 생각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추진하고 있는 세계적 수준의 연구중심대학 육성사업인 WCU 사업에 주요 대학들이 사활을 걸고 있는 분위기다.

"사실 취임 후 일성이 WCU사업에 적극 참여해 국제적으로 인정 받는 교육기관이 되자는 것이었다. 노벨상 수상자 등 석학을 초빙해 최소한 3개 내지 4개 사업은 유치할 생각이다. 물론 걸림돌도 있다.

가령 A학과의 유능한 교수가 다른 학과를 만들어 빠지면 기존 학과는 연구성과 등이 줄어드는 식이다. 이런 부작용을 해소할 복안도 나름대로 갖고 있다. 어쨌든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겠다는 정부 의지는 높이 평가할 만 하다."

-로스쿨 개원으로 내년부터 신설되는 자유전공학부가 사실상 프리로스쿨, 프리메디컬스쿨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법대가 로스쿨로 전환하면서 잉여정원이 생겨 자유전공학부를 만들었다. 자유전공학부가 프리로스쿨이 된다 만다는 식의 단편적 시각으로 봐선 안 된다. 거기서 로스쿨을 준비하는 사람도 있고, 의학전문대학원 준비하는 사람도 물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학문 융합시대라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 가장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고 그 학생들이 자기가 원하는 직업을 갖게끔 지원하는 것이 바른 길이라고 생각한다."

이기수 총장

▲ 경남 하동생(63세)

▲ 고려대 법대 졸업

▲ 독일 튀빙겐대 법학박사

▲ 고려대 법대 학장, 국가경쟁력연구원 원장,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한국중재학회 회장

정리=장재용 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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