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안에서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의 다리를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은 초등학교 교장에게 유죄가 확정됐다.
이씨는 지난해 10월 술을 마신 뒤 귀가 길에 마을버스 안에서 옆자리에 앉아 있던 박모(당시 18세)양의 다리를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휴대전화를 꺼내 자신의 얼굴을 찍는 척 하다가, 원피스 밑으로 드러난 박양의 허벅다리를 찍었다. 박양이 항의하며 촬영한 것을 보여달라고 하자, 이씨는 박양의 손을 밀치고 얼굴을 때리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기소된 이씨는 "내 얼굴을 찍으려다가 흔들렸을 뿐이고 박양의 다리는 누구라도 볼 수 있도록 스스로 노출한 것이므로 '성적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촬영은 단순히 쳐다보는 것과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고 피해자가 공개된 장소에서 스스로 노출한 신체 부분이라고 해서 무조건 범죄 대상이 안 된다고 할 수 없다"며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촬영 부위가 성적 수치심 등을 유발할 수 있는 부위인지는 피해자와 같은 성별ㆍ연령대의 평균적인 입장, 노출 정도, 촬영자의 의도와 경위, 특정 신체부위의 부각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원심 판단은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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