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문을 연 충남 공주의 사설 J자연사박물관은 진귀한 전시품이 많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고려청자, 조선백자 등 국보급 문화재가 즐비하고 고가의 보석 원석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박물관을 세운 류모(60) 관장은 유명 인사였다. 한의사이면서 해외에서 철학박사를 받은 수맥ㆍ풍수 전문가로 방송에도 출연했다. 관련 학회를 만들어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특강도 다니고 책도 냈다.
박물관 한쪽에는 류씨가 전직 대통령과 국무총리 등으로부터 받았다는 표창장과 상패들이 걸려 있어 누구도 그와 박물관의 품격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전시품도, 화려한 이력도 모두 가짜였다. 고려청자와 조선백자는 류씨가 벼룩시장 등에서 구입한 싸구려 도자기들이었다. 국립공주박물관의 감정 결과, 도자기 184점 중 진품은 31점뿐이었고 이마저도 제작시기 등이 허위로 기재돼 있었다.
보석 원석들도 짝퉁이었다. 4년 동안 무려 13만명의 관람객들이 5억3,000여만원의 입장료(어른 9,000원)를 내고 가짜 전시품에 속고 간 것이다.
류씨의 학력은 초등학교 졸업이 전부였다. 돈을 주고 산 해외 박사학위와 표창장, 상패 등으로 사람들을 감쪽같이 속인 것이다. 류씨는 유명 한의대를 졸업한 한의사로 행세하며 가짜 만병통치약 800여개를 만들어 개당 32만원에 팔아 총 2억4,000만원을 챙겼다.
충남공주경찰서는 30일 류씨를 사기 등 혐의로 구속했다. 류씨는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던 이모씨의 외제 승용차에 다른 사람을 시켜 불을 지르게 한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가짜 인생'이 들통났다.
그러나 A씨는 "박물관의 화석, 동물박제 등은 진품이며 독학으로 풍수와 수맥에서 일가를 이뤘다"고 주장하며 혐의 일부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전성우기자 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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